| 디보스 심봉천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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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침체와 원자재가 급등, 급속한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다사다난했던 2004년, 질적인 성장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중소기업인들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2002년 매출 94억원에서 지난해 455억원, 올해 800억원(예상)으로.
지난 8일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까지 통과한 중견 LCD TV 전문업체 디보스(대표 심봉천ㆍ45ㆍ사진)의 급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디보스는 2002년 100만불, 지난해 1,000만불, 올해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다른 중견기업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설계생산(ODM)에 그치고 있는데 비해 디보스는 자체 브랜드 ‘디보스(DiBOSS)’ 수출비중이 30%(물량 기준)나 된다.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시장점유율 1ㆍ2위를 다투고 있다.
올 2월 지방의 한 백화점 매장에선 일본의 한 유명 업체를 철수시켰고 지난 3일 중견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진출한 롯데백화점 본점(서울 소공동)에선 4일간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외 대기업들을 추월했다.
이처럼 눈부신 디보스 ‘성장신화’의 밑바탕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마케팅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심봉천 사장 등 5명의 창업 멤버는 LG전자 TV사업부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디보스는 대형 LCD TV에서 빠른 장면이 나올 경우 잔상 때문에 화면에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 화질개선 엔진 ‘미세(Mise)’를 독일 IC업체 미크로나스(Micronas)와 공동으로 개발, 40인치 이상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심 사장은 “미세엔진 덕분에 디보스의 대형 TV는 일본 샤프ㆍ소니 등을 능가하는 화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디보스는 카시오ㆍNECㆍ마란츠 등 외국 유명 업체들에 ODM 방식으로 LCD TV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를 자체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수출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 LCD TV의 대형화 추세로 유럽 수출 완제품의 물류비ㆍ관세(14%)가 급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에 전용 생산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심 사장은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 통과로 대규모 생산ㆍ수출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내년 1,200억원 이상의 매출과 1억불 수출탑 수상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디보스의 앞날에 서광만 비치는 것은 아니다. 삼성ㆍLG측의 파상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중견업체 등이 LCD TV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LCD패널 가격인하에 따른 매출감소분을 물량확대 등을 통해 메꿔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디보스는 지난 11월 40인치 LCD TV 국내 판매가격을 종전보다 300만원 가량 내린 499만원으로 인하, 가격경쟁에 불을 당긴 바 있다.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려면 특허장벽을 돌파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디보스가 회사 이름처럼 ‘디지털TV의 보스’로 성장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