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하락·인플레·긴축재정 불가피/기업 도미노부도·실업 확산 불보듯/수출 호전 기대… 최악상황은 면할것지난 7월 태국에서 시작, 반년동안 계속되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IMF 등 국제사회의 구제자금을 지원받은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는 그 대가로 성장률 대폭 인하, 정부지출 삭감이 예정돼있다. 기업의 연쇄도산과 실업 확산은 또다시 금융위기를 몰고올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도 주변국의 금융위기 여파로 제로 성장에 머물지 모른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AFP통신은 역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주가와 부동산가격 폭락·부채증가에 따른 기업도산이 계속되면서 내년말까지 아시아 금융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환헤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 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도 제로성장에 그칠 것이다』(영국 금융기관 IDEA의 역내 경제학자 지미 코).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 IMF지원을 받고있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3국은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할 경우 모라토리엄(대외지불유예)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내다보고있다. 『아시아위기는 아직 회복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년도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IDEA 경제분석가 재컬린 옹).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내년도 최악의 외환위기를 막기위해 환율상승을 이용, 수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들은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외환을 벌어들일 수 있는 투자정책을 적극 장려할 것이다.
『내년 하반기 환율상승으로 본격적인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금융위기 돌파의 실마리를 마련해 줄 것이다』(싱가포르 스탠다드 차터드은행의 재무분석가 필립 위). 99년 유럽통화통합을 앞두고 유럽단일통화인 유로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통화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국 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의 싱가포르 자회사 MMS의 데이빗 고헨 분석가는 『IMF 조치가 한국의 긴박한 재정상태를 말해주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12월 경상수지가 2개월째 흑자를 보이고 있는 점이 다소 희망을 주고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자본의 대거 이탈만 없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가치 추락에 따라 치솟는 비용과 인플레, 긴축재정으로 인한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이에 따른 실업자 양산으로 각국 정부는 고난의 한해를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