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협상 성과와 남은 과제

대체부지 매입문제로 주민과 마찰 예상

한미 양측이 18개월간 10차례에 걸친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를 가진 끝에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됐다. 한국측은 기지이전을 위한 법적체계인 기존의 양해각서(MOU) 및 합의각서(MOA)를 대체할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를 작성하면서 독소조항을 대폭 손질한 것을 협상의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1990년 체결된 합의서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많아 `사상 최악의불평등 협정'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됐던 것을 감안해 과거 독소조항들을 없애거나 수정해 UA를 작성한 것이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청구권과 영업손실 보상 항목을 아예 없앴고 이사비용 현금 지급방식을 용역 제공으로 개선했으며 건축기준은 미국방부 방식으로 고쳐 이전비용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산기지 대체부지 면적도 협상팀이 10차 FOTA회의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생각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해 2차 FOTA 회의에서 용산에 연합사와 유엔사를 남기고 모든 부대를 옮기되 대체부지로 546만평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이후 협상을 거치면서 조금씩 양보하다 349만평에 최종 합의했다. 미측은 막판에 연합사 및 유엔사도 이전대상에 포함시켜 놓고 대체부지로 최소360만평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한국측의 절충안을 수용했던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과 지역주민 반대여론 등을 감안해 부지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있다는 점을 미측에 적극 설명하고 부대배치 계획을 포함한 소요부지 검토자료를 넘겨받아 정밀검토한 뒤 타협안을 제시한 게 주효했다. 한국측 수석대표로 군내 대표적인 미국통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의 미국내인맥관계를 동원한 집요한 설득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입장 유지에 대한 미측의 사의도 협상타결에 큰 힘이 됐다. 미측은 당초 계획보다 부지면적이 줄어들자 부족분 보충을 위해 아파트 및 유엔사 건물을 11층 높이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군의 전세계 기지 시설은 통상 2∼4층이고 숙소도 독립관사나 연립주택인 점에 비춰 이번에 고층 건물 건립에 동의한 것은 우리측에 크게 양보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숙소문제도 합의점 도출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측은 금년2월 기존 용산 일대의 주한미군용 주택과 같은 수량인 1천200여채를 무상으로 지어줄 것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한국측은 협상 끝에 330여채만 지어주고 나머지 890여채는 미군측이 임대하는방안을 제시,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1990년 합의서를 대체한 UA의 국내법적 흠결을 해소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기존 합의서는 국회 비준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헌소지가 지적됐으나 UA는 한국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국회승인을 받도록 양측이 합의, 법적인 문제를 극복했다. UA에는 기지이전의 기본원칙과 지침, 추진기구 및 절차, 재정부담의 주체와 내용이 담기고 이행합의서(IA)는 부대별 이전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전비용을 예측가능한 범위로 한정해 불필요한 재정낭비 요인을 막은 것도 협상 노력이 돋보인 분야다. 즉, 미측에 제공하는 부지, 시설, 이사용역, 기타비용과 관련해 소요가 제기되면 양국이 공동으로 타당성 검증을 하도록 해 기지이전 부담에 대한 한국측의 단계별 통제를 보장한 것이다. 전술지휘통제체계(C4I) 이전 비용의 한계를 구체화한 점도 비용절감 노력의 일환이었다. 기존 C4I장비를 그대로 옮겨주되 재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이전비용이 비쌀 경우에는 대체장비를 제공토록 했으며 C4I체계 개선비용은 미군측이 부담토록 명시함으로써 한국이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우려를 해소시켰다. 용산기지내 미대사관측의 직원숙소와 일반용역 사무실, 클럽 등 약 8만평은 용산기지 이전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록 했다. 양측이 이번에 UA 및 IA 작성을 완성함으로써 기지이전에 필요한 큰 골격은 사실상 끝냈으나 추가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시설공사와 관련한 설계, 감리, 감독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기술합의서(EMOU)를 향후 1∼2개월 안에 마련해야 하고 이전비용 산정에 필수적인 시설종합계획(MP)도 최우선적으로 준비돼야 하는 것이다. 당초 용산기지를 민간분야에 팔아 기지이전 비용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최근정부의 제동으로 매각이 불가능해져 이전비용 마련이 쉽지 않게된 점도 향후 풀어야할 난제다. 특히 대체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등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돼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지도 남아 있는 숙제다. 실제로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평택 주민들이 `굴욕적인 용산기지 이전협상 타결 및 가서명 반대' 등을 외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부지매입 과정이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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