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송파구 보인고에서 열린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 3기의 강사로 나선 소설가 최옥정(사진) 씨는 ‘스무살 어른되기 걸음마’라는 제목을 걸고 학생들과 만났다.
이번 강좌는 송파도서관에서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지원한 고전 인문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최 씨가 강좌를 개설한 데는 자신의 대학시절 거듭된 혼돈의 나날을 되돌아보면서 청소년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교양과 인성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면 혹은 사회에 진출하면 담임선생님도 없고,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거나 지시하는 사람도 없다”며 “여행, 연애, 인문학 공부 등 20대에 꼭 했으면 하는 가치있는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토익공부 등 스펙쌓기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에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좌는 첫날 ‘생각하는 법’에 이어 노동과 돈의 가치를 주제로 한 ‘생활인이 되는 법’ 그리고 인문학적 가치를 소개하는 ‘공부하는 법’ 등 총 3번에 걸쳐 24일까지 진행됐다.
첫 강의 주제는 ‘인간은 왜 생각하는가’. 최 씨는 재일학자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을 소개하면서 품격있는 인간이 되려면 고민하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나가노 데츠오라는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는 그는 도쿄대 교수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젊은이들과 늘 호흡하고 있어요. 재일교포로 차별을 겪었던 그가 일본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겠죠. 그러나 강 교수는 ‘너의 인생이 마음에 드니? 제대로 살고 있니?’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되물으면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힘을 얻게된다는 것을 발견한거죠.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모색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또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최 씨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어른이 되기 위해 20대에 해야 할 일 세가지를 소개했다. 독서와 외국어 공부 그리고 글쓰기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의 진가와 품성이 들어나게 되는데 부단히 자기관리를 하면서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려면 이 세가지 정도는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며 “독서는 우리가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어떤 계층의 사람을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내밀하게 만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통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언어에는 그 나라 사람의 사고방식이 응축돼 있다”며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우리와 다른 사고체계 그리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폭넓은 인격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강조한 그는 “정신적인 고통을 스스로 꺼내서 보고 스스로 알게 되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의 매력”이라며 “글을 쓰면서 자신이 부딪친 문제에 해답을 스스로 알게 된다. 짧은 문장이라도 써내려가 보면 의외의 곁가지 이야기가 손끝으로 풀려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은 올해 3회째로 융복합적 인문학 강좌 30여 주제가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과 30여개 서울시 중고등학교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게 된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