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은 지금] 현대백화점, 국내 2위 아울렛 사업자 될까?

사업 초기 악재에도 초기 시장 안착 성공적
백화점 업황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 해석도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연중기획 ‘30대 그룹은 지금’ 2016년 1월호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론칭 초기 여러 악재에 휘둘렸던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이 최근 호실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출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현대백화점은 2016년 국내 2위 아울렛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현대백화점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전경.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백화점 관련 종목의 투자 의견 상향 보고서가 쏟아져 관심을 모았다. 롯데백화점이 속한 롯데쇼핑, 신세계백화점이 속한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속한 현대백화점 등의 투자 의견이 줄줄이 상향 조정됐다.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소비 심리 부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 보고서를 보면 업체별로 투자 의견 상향 보고서의 포인트가 달라 눈길을 끈다. 롯데쇼핑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을 받았다. ‘롯데쇼핑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기업들의 IPO가 진행되면, 롯데쇼핑의 지분가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롯데쇼핑 투자 의견 상향의 주된 배경이었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영업 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면세점 사업의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 두 종목의 투자 의견 상향 배경에는 기업 활동 외의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었다.


롯데쇼핑이나 신세계와는 달리 현대백화점은 주요 사업 활동에서의 높은 성과가 투자 의견 상향의 주된 근거로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NH투자증권에선 현대백화점 종목에 대해 ‘적극 매수’ 의견까지 내놓았다. 현대백화점 투자 커뮤니티에도 ‘백화점 사업 비중이 높은 종목 중에서 근래 이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이 있었느냐’는 글까지 오르며 유통 주로는 드물게 이름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 7분기 만에 영업이익 추세 반전


현대백화점이 최근 시장 관계자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2015년 2월과 5월, 8월에 각각 오픈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판교점의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이들 점포의 지원사격 덕분에 현대백화점은 2015년 2분기에 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성장(2.0%)한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여세를 몰아 3분기에도 유일하게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10.1%)을 기록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3분기에 총매출 1조 1,447억 원, 영업이익 7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0.1% 성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실적발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7분기 만에 영업이익 감소세를 멈추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것이었어요. 현대백화점은 2015년에 3개 점포를 열었고, 2016년에도 추가로 3개 점포 오픈을 예정하고 있어 충분한 성장 동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백화점 실적 개선세는 2015년 3분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시장에선 현대백화점의 실적 개선세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판교점은 2015년 4분기에만 약 3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2016년 연간으론 약 2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전망되고요. 김포점도 2월 출점 이후 2015년에만 총 6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11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요. 두 점포만으로도 2016년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을 최소 9%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아울렛 론칭 2년 만에 2위 사업자 노린다



최근 현대백화점의 호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울렛은 이제 현대백화점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은 2016년에만 동대문 케레스타점, 송파 가든파이브점, 송도점 등 3개 아울렛을 추가로 출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보다 한참 늦은 2014년에야 비로소 아울렛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아울렛이 들어선 때가 2001년이고, 경쟁사인 신세계와 롯데가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시기가 각각 2007년과 2008년이니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이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아울렛이나 마트 등의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추종하는 유통채널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사업 진출을 선언한 2014년 한 해에만 3개 점포를 오픈하겠다며 광폭 행보를 예고했지만,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한 해 동안 가산점 한 개 점포를 오픈하는 데 그쳤다. 그 한 개 점포마저도 위탁 운영 방식이었다.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 진출 소식에 자극을 받은 경쟁사들이 출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울렛 사업은 초기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5년에도 아울렛 출점은 매끄럽지 않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4년에 문을 열었어야 했을 송파점(가든파이브)이 일부 입점 상인들의 반발로 10월까지 표류를 거듭했다. 송파점 개장 연기 문제가 언론에 크게 부각 되진 않았지만, 김포점이 같은 해 2월 오픈해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입장에선 기회비용이란 측면에서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1년 넘게 표류하던 송파점은 2015년 11월 입주 상인들과의 최종 조율이 마무리되면서 2016년 상반기 내 오픈이 결정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이 예정대로 출점 계획을 진행한다면, 2016년 말 현대백화점의 총 아울렛 점포 수는 5개가 된다. 2015년 12월 현재 롯데가 12개 점, 신세계가 3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백화점은 2016년 말 단번에 국내 2위 아울렛 사업자로 올라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 낙관적 전망은 ‘글세…’


현재 시장에선 향후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포점의 성공을 상당 부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아울렛 사업 진출이 많이 늦긴 했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현대백화점이 매우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김포점 뿐만 아니라 2016년 오픈 예정인 가산점, 송도점, 동대문점도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에 위치해 실적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들 점포는 도심에서 30분 이내, 아니면 아예 도심 내에 위치해 있잖아요. 특히 김포점은 롯데와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이 위치한 파주와 서울의 중간 지점에 있어 파주까지 가려던 아울렛 고객들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추가되는 아울렛에 대해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 진출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출점 예정인 송파점, 동대문점도 선전할 것으로 생각하고요. 다만 송도점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도는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이랜드가 이미 터를 잡고 있는 데다 롯데와 신세계의 진입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체 점포망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계획된 점포 이외의 출점도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유통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사업 진출이 백화점 업황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해석하는 곳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백화점 산업의 성장성이 제한돼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일단 남아 있는 시장이라도 가져가려고 백화점 이외의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쪽으로 백화점 3사가 움직이고 있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현대백화점도 ‘아울렛 사업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다’라는 생각으로 운영하려는 건 아닐 겁니다. 아울렛 사업에 투자한 금액들을 보면 이 사업에서 상당히 짠물경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성과야 나겠지만,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찬양 일색으로 가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하 박스 기사>

◇ 백화점 업황 살아날까


최근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썩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백화점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백화점 3사는 비교적 선방한 성적표를 내놓아 시장의 후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있었던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 이후 백화점 업계의 기존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실적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앞으로의 백화점 시장 전망에 대해 추세적인 업황 개선보단 하향 안정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요즘 바닥을 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지금 백화점 업계는 바닥을 쳤다고 다시 올라가고 하는 그런 시장이 아닙니다. 백화점이라는 업종 자체가 가진 한계가 있거든요. 시장 레벨이 점점 다운돼 현재가 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레벨에선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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