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투자로 안정 수익"… 자산가 잇단 러브콜

■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 200조 돌파
목표 수익률·기간 조절가능
몸집 작아 변동성 대처 유리
진입 문턱도 낮아져 관심 쑥


지난 8월 중순 안다자산운용의 1호 헤지펀드인 '안다보이저'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완판'됐다. 최저 가입금액을 5억원으로 제한해 진입장벽을 높였지만 개인 고객들의 자금 540억원이 몰리며 첫날 투자자모집을 마쳤다. 사모펀드의 최대 모집 인원이 49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인당 11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안다크루즈가 매달 꾸준히 1%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자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며 "헤지펀드를 판매하기 전에 이미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사전예약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고액자산가들의 여유자금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위험회피 전략을 통해 주식시장의 변동과 관계없이 매년 5~6%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나, 채권과 주식의 중간 형태로서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메자닌펀드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올해 유난히 뜨거웠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사모펀드의 매력은 무엇보다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사모펀드를 통해 목표 수익률, 투자 기간 등 원하는 조건에 맞는 투자 대상에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소수 투자자(최대 49인)로 구성되기 때문에 펀드 규모가 500억~1,000억원 안팎에 불과해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망 투자처에 대한 투자 기회를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관련 업계에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모펀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기존 상품 중에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벤치마킹해 사모펀드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해 금융상품화를 요청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소수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만큼 투자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치기도 한다"며 "때로는 투자자들의 아이디어가 획기적인 경우도 있어 투자자산으로 삼기도 한다"고 전했다.

저금리·저상정 속에 이렇다 할 투자처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문턱'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진 것이 결정적이다. 여기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일반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운용사 요건이 자산운용사·자문사·증권사 등으로 확대되면서 내년부터는 사모투자 상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올해 10월 말 이후 한 달 반 사이 3조7,000억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물론 투자자문사들까지 내년에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하는 곳들이 상당하다"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수요와 공급 규제를 모두 완화한 만큼 내년에는 차별화된 사모펀드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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