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벤처업체 컴투스에 있어서 2014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그해 4월에 출시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서머너즈워'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면서 2013년 81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4년 말 2,052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3·4분기까지 3,1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전통적인 산업군의 대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벤처기업인 컴투스는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증권사들은 연일 목표주가를 올려 잡을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컴투스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서머너즈워를 통해 2014년 극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마의자 제조업체 바디프랜드 역시 2007년 당시 2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 자체를 키워내며 지난해 1,438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벤처 천억기업에 가입할 수 있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효도상품으로 인식되던 안마 의자를 근로시간이 많아 피로도가 높은 35~44세로 타깃을 설정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바꾼 것이 주효했다"며 "정부의 벤처 세제 혜택과 인턴지원금 등의 지원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긴축경영과 구조조정 등으로 산업계 맏형격인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산업계의 막내동생뻘인 벤처기업들이 불경기에도 꾸준히 전문성을 키우며 성장을 하고 있다. 28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5년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천억벤처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7개 늘어 난 460개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새롭게 천억벤처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컴투스를 포함해 42개 업체이며 클럽에서 탈락한 업체는 35개였다. 천억벤처기업의 수는 2004년 이후 10년 만에 6.8배나 늘었다. 벤처기업의 수는 올 11월 현재 3만835개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만개를 넘어섰다.
벤처기업은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214조6,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4.5%로 재계 매출 순위로 따지면 삼성그룹(248조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벤처기업이 우리 성장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또 코스닥 상장기업(1,061개) 중 벤처출신 기업 수는 740개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그 비중도 70%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코스닥 시장의 핵심 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벤처기업 근로자 수는 71만7,000명으로 전 산업체 근로자 수의 4.7%를 책임지고 있으며 기업당 근로자 수는 2013년(22.6명)에 비해 6.2% 늘어난 24명으로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해마다 높이고 있다. 또 벤처기업은 총 매출액의 2.9%를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고 있어 중소기업(0.8%)이나 대기업(1.4%)을 웃돌았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전무는 "경제 여건이 굉장히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벤처기업들이 꾸준히 성장한 것은 우리 경제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2013년 5월15일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과 올해 7월9일 벤처·창업 붐 확산방안 등 정부가 벤처 중심의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나 1, 2차 벤더와 거래했을 때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고 답한 업체는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33.4%에 달했고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심각성 체감도도 지난해보다 3.4% 높아진 44.6%를 기록했다. 경영애로를 묻는 질문에는 자금분야(70%)에 애로를 겪는 벤처기업이 가장 많았고 기술사업화(60.8%), 판로개척(60.2%)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로 드러난 분야별 현장 애로와 정책 여건을 고려해 벤처기업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내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선진국형 선순환 벤처·창업 생태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광우기자 pres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