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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재킷 고전 '시에라 파카'·세계 최초 '구형 강화 텐트' 등
40여년간 혁신제품 줄줄이 선봬
1997년 국내 아웃도어 진출
2000년대 시장 성장 주도 나서
"자연과 공존하는 기회 넓히자"·3D '맥머도 남극탐험' 등
극한 스포츠 체험 캠페인 펼쳐
소외계층 대상 탐험 지원 활동도
지난 8일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라스 홈킨스가 타계했다. 향년 72세. 일흔이 넘은 고령임에도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카약을 타다 보트 전복으로 숨졌다. '무인(武人)은 전장에서 숨지는 게 영광'이라는 말처럼 평생 도전과 모험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었다. 더글라스 홈킨스는 노스페이스 사업 성공으로 유명해졌지만 그 누구보다 아웃도어 활동을 열정적으로 즐긴 탐험가다. 그는 9세에 등반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암벽 등반과 스키를 즐겼다. 노스페이스(Northface)란 브랜드 네임도 햇볕이 덜 비쳐 가장 춥고 혹독한 산의 '북면'을 따서 지었다. 노스페이스는 그 시작부터 도전의 DNA가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혁신과 최초의 역사…국내에 아웃도어 DNA를 심다=지난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등산용품 가게로 시작한 노스페이스는 40여년 간 혁신적인 아웃도어 제품들을 세상에 선보였다. 1969년 다운재킷의 고전인 '시에라 파카' 출시를 시작으로, 1975년 '구형 강화 텐트'를 세계 최초로 소개했고, 1977년에는 세계 최초로 외장 프레임 구조를 적용한 '백 매직 배낭'을 내놨다. 1978년 'VE-24 텐트' 출시를 비롯해 1985년 전문 등반가 의견을 반영해 선보인 '마운틴 재킷'을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만든 것도 노스페이스의 업적 중 하나다.
국내에 아웃도어란 단어 자체가 낯설던 1997년, 노스페이스는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 아웃도어 빅뱅의 심장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1998년 최상급 원정용 다운재킷인 '써밋 재밋'을 선보인 이후 전 세계 각지의 최고봉에 태극기와 함께 꽂힌 노스페이스 로고는 등산가들의 피를 끓게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염과 눈썹까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노스페이스와 함께 엄지를 치켜든 광고는 충격적이었지만 심장을 뛰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며 "노스페이스가 전 국민의 가슴에 아웃도어 DNA를 심는데 성공했고 덕분에 다른 아웃도어 업체들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후 2000년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노스페이스의 독무대였다. 알록달록한 노스페이스 패딩은 전국의 산을 뒤덮었고, 중·고등학생들조차 노스페이스 로고에 자부심을 느끼며 너도나도 수십만원대 패딩을 구입, '등골 브레이커 패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했다.
국내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키즈라인(2007년)과 기능성 캐주얼 라인 화이트라벨(2011년)을 잇달아 론칭해 시장 판을 넓힌 것도 노스페이스 역사에 남았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고 일상에서도 아웃도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한 것이다. 산 인근의 식당은 물론 도심 식당과 지하철, 공항 및 해외여행지에서도 노스페이스를 입는 손님들 때문에 아웃도어 의상 자제를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됐다.
◇온 국민이 모험 즐기는 그날까지…마케팅 탐험 지속=노스페이스가 국내 상륙 당시 아웃도어 DNA 확산을 목표로 삼았다면 이제는 전 국민이 모험을 한 평생 즐기는 아웃도어 문화 강국을 꿈꾼다. 창업자 더글라스 홈킨스처럼 노인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다 세상을 떠난 것이 기괴한 일로 회자되는 게 아니라 존경받고 부러워할 만한 도전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같은 문화 정착을 위해 노스페이스는 직간접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캠페인을 중시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선보인 '맥머도 남극탐험' 캠페인은 3D 가상체험으로 실제 전문 썰매꾼(머셔)· 썰매 개(시베리안 허스키 11마리)와 함께 직접 남극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맥머도 남극탐험 영상 공개 이후 일주일만에 페이스북·유투브 동영상 조회수 400만뷰를 돌파했고, 세계적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에 화제의 영상으로 소개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3년 선보인 '북극한파 몰래카메라' 캠페인 역시 탈의실에 들어간 고객이 회전문을 통해 갑작스레 북극 세트장을 경험하게 되고 그 안에서 얼음을 깨는 등 아웃도어 체험을 하게 되는 이색 이벤트로 화제를 낳았다. 당시 몰래카메라 영상은 최단시간 100만 건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페스티벌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소외계층들이 탐험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노스페이스 마케팅 탐험의 일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의 공존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아웃도어 확산과 정착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의료지원·교육혜택·인권보호·빈민구호·이상기후 대책마련 등 5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하반기 노스페이스는 월드비전과 함께 제품 판매액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젝트인 '에디션'을 시작했다. 전국의 대형 아울렛 중심으로 에디션 매장을 운영하며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식수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 후원등급사(Tier 1)'의 권리를 획득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인 팀코리아를 지원하는 것도 건강한 아웃도어 문화 만들기의 한 축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스타 손연재와 이용대가 노스페이스의 홍보대사로 발탁돼 광고에 등장하는 것도 노스페이스가 국가대표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노스페이스는 국가 스포츠 발전과 부흥은 물론 온 국민의 건강한 아웃도어 및 스포츠 활동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