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천연가스산업] 초점잃은 정책… 멀쩡한 가스발전소 놀리고 석탄만 주력

<상> 해외는 온탕, 국내는 냉탕
美선 가스 발전 비중 석탄 넘어서 韓, 여전히 값싼 전력 공급에만 치중
신재생에너지 비중확대는 시늉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나치게 높아
장기적 관점 에너지대책 마련 시급


美선 가스 발전 비중 석탄 넘어서 韓, 여전히 값싼 전력 공급에만 치중

신재생에너지 비중확대는 시늉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나치게 높아

장기적 관점 에너지대책 마련 시급


"천연가스가 앞으로 20~30년 간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겁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조 마스트란젤로(사진) 제너럴일렉트릭(GE) 가스파워시스템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단언했다.

이날 '파워젠 2015'의 개막연설을 맡은 마스트란젤로 CEO는 천연가스가 현재 가장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GE는 전 세계 발전소에 가스·스팀터빈을 공급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가스발전소 건설비용은 ㎾당 700달러로 원자력(5,000달러), 석탄(2,500달러), 태양광(1,5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천연가스 자체의 가격 역시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지난 5년간 30% 이상 저렴해진 상태다. 가스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절반이라는 강점도 있다.

마스트란젤로 CEO는 "지금의 에너지 시장에서 '핫'한 분야는 가스발전"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가스발전은 수십년 후 인류가 완전한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다리'로 표현된다. 파워젠 전시부스에서 만난 미국 에너지 기업 서던컴퍼니의 톰 패닝 CEO는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오더라도 태양열·풍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스발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가스발전(31%)의 비중이 석탄(30%)을 넘어섰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전력공급 비중 목표치를 천연가스 27%, 신재생에너지 22~24%, 원자력 20~22%로 잡고 있다.


해외에서 이처럼 천연가스가 필수 에너지원으로 대접받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에너지 업계 조사기관인 BP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전원(電源)에 따라 구분했을 때 석유 비중은 39%, 석탄 31%, 천연가스 16%다. 미국은 천연가스의 비중이 28%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이미 가스발전 설비는 충분히 갖춰졌지만 여전히 중심은 석탄발전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전체 용량 중 천연가스는 28.7%, 석탄은 28.2%, 원자력은 22.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발전한 전력의 규모를 보면 석탄 39.3%, 원자력 30%, 천연가스는 20.4%였다.

멀쩡한 가스발전소를 놀리고 석탄발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의 천연가스 판매량은 2013년 3,867만톤에서 지난해 3,517만톤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초점 잃은 에너지 정책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데 치중해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시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값싼 에너지'에 대한 집착은 정책에 반영돼 있다. 산업부가 2013년 발표한 제11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2012~2027년의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연평균 5.5%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에 확정된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는 4기(1.5GW 규모)의 석탄발전소 신설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석탄발전의 비중은 지금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모순적이다. 정부는 6월 37%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2013년 6억9,450만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5억3,600만톤까지 줄여야 한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산업발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앞선 목표를 세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종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전기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산업 변화 등의 이슈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에너지 마피아'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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