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는 세계적 밀리언셀러가 된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쓴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사노 요코가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써내려간 일상의 기록을 모은 책이다. 나이로 따져보면 65세부터 70세까지의 시간을 적은 총 15편의 단편소설 같은 에세이가 실렸다.
내용은 아침에 언제 일어났고 뭘 먹었으며 잠들기 전 무엇을 읽었다 등 소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읽는 맛은 놀라울 정도로 좋은데 냉소와 솔직함으로 무장한 매력쟁이 할머니 사노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노년의 삶에 대해 참 적나라하게 쓴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할 정도다.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젊고 예쁜 여자 앞에는 반드시 할아버지가 서 있다"며 뼈 있게 비꼬다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진한 비감을 담아낸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는 그의 말은 그저 놀랍다.
대형 작가의 평범한 삶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밤새도록 한국 드라마를 보다 턱이 틀어지기도 하고 '욘사마'에게 푹 빠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남이섬을 걷고 있더란다. 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자마자 진녹색 재규어로 차를 바꾸고 마음에 드는 잠옷과 부츠를 충동구매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은 '대체 난 어떤 할머니로 보일까' 하며 풀 죽고 그런 우울에 질릴 때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치매 예방 마작을 즐긴다. 따라가며 읽다 보면 이런 노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참고로 사노가 직접 쓴 생의 기록은 총 두 권으로 출간됐다. '사는 게 뭐라고'의 후속은 '죽는 게 뭐라고'인데 암이 재발한 후 죽기 직전까지의 2년을 담아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시원스러움과 솔직함은 변함이 없다. 1만2,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