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희망社 없어 놀리는 곳 수두룩

지원관 백화점식 양산에 업무중복등 부작용"창업보육기관에 입주할 만한 업체 어디 없나요." 대구의 한 창업보육센터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읍소하고 있다. 이는 테크노파크ㆍ창업보육센터 등 각종 창업보육기관들은 난립하고 있지만 시들해진 벤처 붐으로 벤처업체들이 급감하고 있어 업체 유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입주 기업들이 한정돼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창업보육기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들의 고민은 더해가고 있다. ◇창업보육기관 홍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창업보육기관들은 지역마다 지나치게 난립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의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대구ㆍ경북 지역에 34개인 것을 비롯, 서울 37개, 부산ㆍ경남 40개 등 전국에 293개 기관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다 산자부 산하 테크노파크가 전국에 9개가 있고 또 정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소프트웨어지원센터도 전국에 18개나 있는 등 지역마다 창업보육기관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특히 이들 기관들은 정보기술(IT)ㆍ생명공학기술(BT)이나 생활용품제조업ㆍ디자인 등 나름대로 특성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사실상 대부분 비슷한 창업보육을 하고 있어 업무의 성격이 중복돼 제 기능을 잃은 실정이다. ◇놀리는 보육공간 수두룩 16개 창업보육센터가 있는 광주 지역의 경우 사정은 심각하다. 특히 광주는 대학마다 창업보육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전남대ㆍ조선대ㆍ호남대 등 3개 대학들이 기존의 창업보육센터와는 별도로 인터넷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등 지역경제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보육기관들이 지나치게 많다. 이 때문에 광주 지역은 창업보육기관 공실률이 25%를 넘어서고 있다. 대구의 경우에도 9개의 창업보육기관에서 178개의 보육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입주업체는 123개사에 그쳐 건물 공실률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업체 유치전 과열로 곳곳 부작용 이 때문에 기관마다 입주업체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다 창업기관끼리 업체 유치전이 과열돼 스카우트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들은 지역 내 경쟁이 치열해져 업체 유치가 어려워지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타지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을 정도다. 경북테크노파크의 경우 올들어 입주업체 40개 가운데 10%인 4개 업체를 부산ㆍ경기도 등에서 유치했다. 여기에다 입주 업체들이 철새처럼 이동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22개사가 입주해 있는 대구벤처센터의 경우 올들어 5개 업체가 서울이나 타 보육센터 입주를 이유로 이삿짐을 쌌다. 이들은 이 곳에 입주한 지 1년도 채 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보육기관들은 입주 업체를 유치하기 지나치게 의식, 무리수를 두고 있는데다 보육기관들이 백화점식으로 펼쳐져 있어 효과적인 보육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의 모창업보육센터의 경우 지역 K대학창업보육센터에서 사업가능성이 낮다고 퇴출한 업체를 유치해 창업지원을 하고 있는 등 입주 업체 채우기에 급급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최근 본부동을 준공한 경북 포항테크노파크의 경우 첨단 벤처업체를 유치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역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업체들에 자금지원 등을 미끼로 유혹의 손길을 펼쳐 대학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창업보육기관들은 창업보육사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전문인력 확보 등을 제대로 않고 대부분 대학 교직원들로 하여금 이 사업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화를 위한 전문적인 컨설팅이나 업체 자금마련을 위한 투자유치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 마련 목소리 벤처업계는 비슷한 성격의 창업지원 기관만 양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을 집적화(클러스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테크노파크의 한 관계자는 "산재된 창업보육기관들을 코디네이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며 "이 같은 기능을 회복해야만 거의 똑같은 보육사업에 매달리는 각종 기관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를 육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특화된 산업을 선택해 각종 지원을 집중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일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