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한국경제] (5.끝) 수출이 일등공신

수출은 올해 우리 경제의 추락을 막은 일등공신이었다. 극심한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내수는 급격히 위축됐지만 수출은 이라크전쟁,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등 잇단 악재속에서도 순항했다. 하반기부터는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00%를 훨씬 웃돌 정도였다. 김원태 금융통화위원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은 철저한 수출주도형”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19% 늘어난 1,93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제품과 자동차 등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안정적인 수출증가를 위해서는 새로운 수출전략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새해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출주도형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과 우리의 최대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기호조로 새해 수출은 2,200억달러로 올해보다 13%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증가로 올 무역흑자 150억달러 전망=올해 수출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선적에 큰 차질을 빚은 5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하반기들어 수출신장세는 가파랐다. 이에 따라 월간 수출액이 ▲9월 171억달러 ▲10월 190억달러 등으로 2개월 연속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수출은 1,930억달러로 사상최대였던 2000년의 1,723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도 전년보다 17% 늘어난 1,7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T 등 주력품목의 수출 증가와 함께 여기에 필요한 부품 등 중간재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150억달러로 99년 이후 4년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단가는 별로 안 오르고 물량이 크게 늘어=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했다. 실질 국민소득감소는 교역조건악화에서 비롯됐다.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은 수입단가에 비해 수출단가 상승폭이 더 적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물량은 크게 늘었지만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아 실속은 없었다는 얘기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분기별 수출물량 증가율은 ▲1분기 16.4% ▲2분기 13.5% ▲3분기 12.0% 등으로 계속 두 자릿수였지만 수출단가 상승률은 ▲1분기 2.1% ▲2분기 –0.4% ▲4.1% 등으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일 무역적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수출을 주도한 IT제품 등의 경우 일본 중간재에 대한 비중이 높다. 그래서 수출이 증가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도 늘어난다. 올해 대일 무역적자는 180억달러로 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수출전망도 밝아=내년에도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우리의 주력수출시장인 중국도 8~9%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호 무역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전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등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13% 늘어난 2,200억달러, 수입은 2,060억달러로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새해에도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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