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권이 부실채권 처리문제로 위기상황에 처하자 외국 금융기관들이 이들을 노린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메릴린치가 UFJ홀딩스에 1,000억엔을 투자키로 결정한데 이어 골드만삭스는 15일 일본 2위의 은행인 스미토모미츠이파이낸셜그룹에 1,503억엔(12억7,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일본 금융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 유치로 기록된다. 또 골드만삭스는 스미토모미츠이의 최대 주주로 부상하게 되는데, 골드만삭스가 86년 스미토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20여년만에 양사의 입장이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스미토모미츠이파이낸셜그룹 사장인 니시카와 요시후미는 “외국인 투자가가 우리를 믿고 투자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향후 추가 외자 유치 가능성을 남겼다.
몇 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은행들은 외자유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50조엔(4,240억달러)의 부실채권이 경제회생의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일본 정부가 급기야 부실은행의 `국유화`라는 조치까지 고려하자 자금 확충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코메르츠방크증권의 제임스 피오릴로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은행들이 허둥지둥 외자 유치에 나선 것은 일본 금융청(FSA)의 은행 부실채권 조사로 자금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미토모미츠이는 이번 외자 유치로 자본자본비율(BIS)을 0.5%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 등 외국 금융기관들은 일본 은행권의 이 같은 위기를 십분 활용하여 일본 자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외국 투자가들이 일본 경제의 중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기업들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면 일본 경제가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제인슨 라저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 등의 일본 은행들에 대한 투자 결정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회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며 이 같은 투자전략으로 리스크 관리, 자본재배치, 노동력 특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