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능주의에 빠진 애플] 애플의 '사과' 지키기… 안방선 완승 집밖선 고전

독일 카페 '아펠킨트'와 2년 법정공방끝 訴 취하
78년 음반회사와 소송 등 자국선 30년간 이름 지켜

애플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아펠킨트 로고(좌)와 애플 로고

'애플의 사과 지키기, 안방에서는 완승 vs 집 밖에서는 고전.'

애플의 '사과(로고)' 지키기가 안방인 미국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휴대폰뿐만 아니라 애플 로고와 비슷한 모양이 보이면 회사의 크고 작음을 떠나 소송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과 마크는 전부 애플 것'이라는 집착적인 행동에 대해 소송을 당하는 업체들은 "비슷하다고 모두 베낀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애플도 초기에 이름을 빼앗길 위기가 있었다. 지난 1978년 비틀스가 만든 음반회사 애플(Apple Corps.)은 컴퓨터회사 애플(Apple Inc.)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1981년 애플 컴퓨터는 음반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6년까지 거의 30년간 크고 작은 소송이 이어졌다.

이름을 지킨 컴퓨터회사 애플은 회사가 커진 후 그 이름만으로 다른 회사들을 압박했다. '애플'이 들어가는 상호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고의는 물론 혼동의 가능성도 없다"고 강변하지만 소송을 끌고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막대한 소송비용도 문제지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등 애플의 집착에 가까운 공세를 끝까지 버텨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방에서는 기세등등한 애플이지만 집 밖에서는 상당한 수모를 겪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카페와의 소송전이다. 2011년 9월 애플은 독일의 작은 카페 아펠킨트가 사용하고 있는 로고가 자사의 로고와 비슷하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카페 주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애플은 소송을 제기했고 카페 주인은 맞소송을 제기했다. 2년간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애플은 지난해 10월 소송을 취하했다. "애플이 사과 모양 로고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여론에 밀린 것이다.

2009년에는 초록색 사과를 형상화한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 대해, 2011년 9월에는 중국의 식품회사에 대해 빨간 사과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폰 등 제품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성공적으로 지켜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

멕시코 법원은 2012년 11월 "애플은 아이폰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 멕시코 정보기술(IT)회사인 아이폰(iFone)과 음성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다는 이유다. 중국에서도 아이패드 상표권을 놓고 분쟁을 겪었다. 아이패드 상표권을 갖고 있던 업체로부터 6,000만달러의 돈을 주고 매입했지만 중국 본토에 대한 상표권이 없었다. 아이폰·아이패드에 이어 손목시계형 멀티터치 스크린 기기 '아이워치'도 중국에서 상표권 소송이 우려된다. 아이워치와 비슷한 '아이워칭(I Watching)'이라는 상표를 먼저 등록해놓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사과 로고에 대한 애플의 집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애플은 한입 베어진 사과 로고의 잎사귀 부분만 따로 떼어 상표등록을 하는 등 권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심충섭 지해특허법률 대표변리사는 "애플의 상호와 상표권은 보호 받아 마땅하지만 동시에 다른 기업의 선택권도 존중해줘야 한다"며 "애플이 무형자산에 대한 집착보다는 앞선 기술과 제품으로 혁신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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