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 준수를 솔선수범해야 할 장성급 장교가 지위를 이용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여론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지난 8일 육군본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A 소장의 전역지원서 양식 위·변조 의혹 사건에 연루된 B 소장에 대해 견책과 함께 6개월 징계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견책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처분이다. 여기에다 징계유예 처분까지 받은 만큼, B 소장은 6개월만 자숙하면 견책마저 무효가 된다. B 소장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이던 작년 5월 실무자들에게 지시를 내려 동기생인 A 소장의 전역지원서 양식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역지원서 표준 양식에는 ‘소속 부대장 확인란’이 있는데 이를 A 소장의 전역지원서에서는 없앴던 것이다. 군인이 갑자기 전역을 신청할 경우 소속 부대장은 전역자의 재직 중 비위 혐의를 확인해 전역지원서에 기록하도록 돼 있다. B 소장은 동기생인 A 소장의 비위 혐의가 기록되면 헌병이나 감찰 부서에서 추가 확인작업을 할 것으로 보고 전역지원서 양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 소장은 2010년 여단장 시절 부하장교의 부인과 1년 이상 카톡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이를 안 부하장교가 국방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전역을 신청했다.
육군은 B 소장이 가벼운 처벌을 받은 데 대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과거 대통령 표창도 받은 사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육군 규정상 징계권을 가진 참모총장은 훈장이나 표창을 받은 장병에 대해서는 징계를 감경해줄 수 있다.
B 소장의 전역지원서 변조에는 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도 감경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은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가운데 군 간부의 비위가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육군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가벼운 징계를 내린 만큼, 군의 고질적인 ‘제식구 감싸기’ 행태를 다시 한번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B 소장은 지난해 구타 및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 당시 보고 누락에도 경징계를 받은 후 항고심에서 이마저 ‘원인 없음’으로 처리된 바 있어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성 군위 위반인 A 소장에 대한 전역 처리나 B 소장에 대한 경징계 모두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성 군기 위반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처벌하겠다고 강조해온 군의 방침을 스스로 부정하고 문서 위변조까지 묵인하는 전례를 만드는 우를 범했다”라고 말했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