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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업계에 있어서 올해는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다.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경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들이 잇달았다. 하지만 기업 경영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중소·벤처업계에 큰 영향을 줬던 4대 이슈를 정리해 봤다.
◇뿌리 뽑지 못한 손톱 밑 가시=정부는 올해 기업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소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인증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내년부터 전국 14개 광역 시·도를 대상으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는 '규제 프리존'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수많은 조례나 행정 관례로 이뤄지는 '보이지 않은 규제'는 여전히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올해 발굴한 6,440개의 지자체 규제 가운데 조례에 근거를 둔 것은 5,771건으로 전체의 89.6%에 달했으며 상위법령과 일치하지 않는 지자체 규제도 4,272건이나 됐다. 또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해외 투자를 받고도 지자체 규제로 공장 설립을 못하거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기업도 있었다. 김신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례 등으로 규제 개선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한 사후구제 시스템을 강화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이자 기회 '한중 FTA' =지난 20일 '한중 FTA'가 공식 발효된 것에 대해 국내 중소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중국산과 경쟁하는 업체는 중국 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피해가 우려되지만 중소기업들이 한중 FTA 라는 변수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수에 치중했던 업체의 경우 중국으로 거래처 확대에 적극 나서거나 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해 비용 절감에 나선다면 오히려 기업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한중 FTA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 하고 도약할 수 있을지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며 "피해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구업계 메기효과 =올해 국내 가구업계는 활짝 웃었다. 지난해 말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가구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국내 가구업계 점유율 상위 5개 업체의 매출이 일제히 늘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 점유율 상위 5곳의 올 3·4분기까지 매출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증가했다.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진출이 국내 소비자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려 가구 업계가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젊은 세대의 가구 수요도 늘어난 점도 한 몫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진출이 오히려 국내 업체에 자극제가 됐다"며 "차별화된 제품과 신규 사업 확장으로 내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니콘스 등장 기대=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제2의 창업 붐 조성에 나선지 3년이 지나며 한국에서도 이른바 '유니콘'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유니콘이란 미국 벤처캐피털 카우보이벤처스의 설립자인 에일린 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쿠팡이 소프트뱅크를 통해 1조를 투자 받으며 명실상부한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에도 잠재적인 유니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정보서비스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직방'은 골드만삭스로부터 최근 380억원을 투자받으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뷰티 커머스기업인 비투링크 역시 설립 3년 만인 2016년에 1,000억원의 매출 돌파를 예상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직장 평가 사이트인 잡플래닛도 미국계 벤처캐피털인 퀄컴벤처스 등으로부터 약 9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동훈·박진용기자 hoon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