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 중에는 부패 과학이라는 연구영역이 있다. 이 분야의 용어로 ‘ 껍질 부패(crust staling)’와 ‘속 부패(crumb staling)’라는 게 있다. 빵이나 과자를 오랜 시간 방치했을 때 바삭하던 껍질(표면) 부분이 부드러워지는 현상을 껍질 부패, 이와 달리 속 부분은 점차 딱딱해지는 현상을 속 부패라 한다.
이중 껍질 부패는 설명이 쉽다. 빵의 껍질이 속 부분에서 수분을 흡수한 결과다. 전체가 하나의 껍질이라 할 수 있는 포테이토 칩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눅눅해지는 것이다.
반면 속 부패의 메커니즘은 다소 복잡하다. 지난 수년간 발표된 수백 건의 논문을 보면 많은 식품공학자들은 속 부패의 원인으로 글루텐 구조 안의 녹말 성분을 꼽는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곡물과학자인 빌 애트웰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빵을 굽는 동안 녹말 과립에서 아밀로오스라는 다당류가 유출됩니다. 그러면 아밀로오스가 글루텐 망에 들러붙게 되는데, 빵의 속살이 껍질에게 수분을 빼앗길수록 이 망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제빵 업체들은 별도의 효소를 첨가해 아밀로오스의 끈을 잘라버리거나 녹말과 글루텐의 상호작용을 막는 첨가제를 넣는 방식으로 유 통기한을 늘리고 있다.
참고로 2004년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 눅눅함의 정도는 생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방음실에서 헤드폰을 쓴 채 프링글스 감자칩을 먹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자칩 씹는 소리를 헤드폰을 통해 확대해 들려줬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은 소리를 키우면 키울수록 갑자칩이 더 신선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