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순간 변심이냐 스탠스 변경이냐

계속 내다팔다 1,500억 이상 순매수 전환
"금융투자 따른 일시현상" 분석
투신 순매도 규모는 감소 추세
코스피 지속 상승에 도움줄 듯


코스피가 18일 주요 수급 주체인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순매수에 힘입어 7거래일 만에 2,000선 고지 탈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꾸준히 '팔자' 스탠스를 유지해왔던 기관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기관의 순매수 전환은 반도체와 제조업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금융투자의 투자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감소폭 확대가 두드러진 투신의 순매도가 추세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경우 외국인 순매수와 맞물려 코스피 2,000선 안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12.23포인트(0.61%) 오른 2,004.28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10일(2008.61)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 1,38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나흘 연속 '사자'에 몰입했다. 기관은 7거래일 만에 1,396억원을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금융투자는 865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기관 순매수를 이끌었다. 투신은 이날 152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매도 규모는 크게 줄었다.

시장은 그동안 외국인과 반대 움직임을 보이며 박스권 지수를 형성해온 기관이 이날 순매수로 돌아서자 그 배경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이후 18거래일 중 하루만 빼고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관의 순매수가 추세적으로 굳어질 경우 지수 박스권 돌파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기관의 순매수 전환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기관 순매수를 이끈 것은 금융투자다. 금융투자는 이날 총 1,39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로 전기전자(1,400억원)와 제조업(1,512억원) 종목을 사들였다. 금융투자가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현대차·현대모비스 순이다. 투자 종목이 고르지 못하고 한두 분야에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코스피지수의 상승보다는 특정 분야에 투자를 늘렸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의 반도체 지수 상승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각각 3.02%, 0.58% 올랐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금융투자의 매도와 매수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기보다는 특정 이슈에 따라 움직임이 크다"면서 "이날 금융투자가 순매수로 돌아선 것도 일시적인 요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날 기관 가운데 투신의 순매도 규모가 줄어든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피가 1,950~2,050 사이의 박스권을 뚫기 위해선 변동성이 큰 금융투자의 순매수보다 투신의 펀드환매가 줄어든 게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펀드환매를 보여주는 투신의 순매도는 지난달 26일 이후 계속 이어졌지만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때 하루 평균 1,000억원을 넘어섰던 투신의 순매도는 이날 152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정보팀 수석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선 언저리를 오가면서 환매를 한 사람들이 돈을 굴릴 때가 없어지면서 다시 펀드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주가 상승을 제약하고 있는 펀드환매 물량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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