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패션」 선풍 “색다른 시각이 비결”/감성·상품성 조화시킨 실험성 인정 기뻐/올 매출목표 350억… 「철학적옷」 만들겠다지난해 오브제라는 브랜드로 속칭 「공주패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여성복 시장에 공주옷 물결을 불러일으켰던 (주)오브제의 강진영 대표(34)가 패션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95년 이신우, 96년 이영희씨에 이어 3번째 수상자인 강대표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이런 큰 상을 받아 사실 부담스럽다』며 『디자이너브랜드의 감성과 내셔널브랜드의 상품성을 적절히 조화시킨 실험성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검정색 두꺼운 뿔테안경에 수수한 외모등 공주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강대표의 대학전공은 사실 어학분야. 외국어대 2학년때 우연히 패션을 접한 뒤 인생항로를 과감히 바꾼 그는 홍대대학원을 거쳐 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돌아온 늦깍이 디자이너. 그러나 주위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93년초 오픈한 압구정동 매장에 선보인 옷들이 진열과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다.
이에대해 강대표는 『옷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것이 신세대 마인드에 파고 든 것 같습니다. 나만의 옷을 가지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도 한 몫 했지요』라고 설명한다. 이후 소문은 돌고돌아 백화점주와 바이어들이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먼저 접근하는 등 오브제의 인기는 색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높아졌다.
현재 전국 A급 백화점 21군데 매장을 갖고 있으며, 올해 매출목표는 3백50억원.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고 있는 내셔널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파격적 목표이다. 이제 오브제는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패션시장에서 오브제룩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강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올 가을시즌부터 제품특성을 화려함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제 오브제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없습니다. 많은 옷들이 비슷하게 흉내내기 때문에 이제는 다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시기입니다. 올 가을부터 철학적 깊이와 완성도가 짙게 배어나는 옷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변신만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하는 길이자 오브제가 살아남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지난 여름을 오브제=공주패션이라는 등식으로 뜨겁게 달궜던 강대표가 올해도 패션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지 주목된다.<홍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