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땅에 相生 메시지

국립극장 뮤지컬 '우루왕' 이스라엘 페스티벌서 호평'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분쟁 지역에.' 국립극장의 국악뮤지컬 '우루왕'(총감독 김명곤)이 정쟁으로 얼룩진 유대인들의 가슴을 녹였다. '우루왕'은 올해로 40회를 맞는 '이스라엘 페스티벌'(23일~6월13일 개최)에 단독 개막작으로 초청돼 26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각) 예루살렘 시어터 셰로버 극장(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됐다. 26일과 27일 두 차례 열린 이번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 사례를 빚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95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90% 이상이 티켓을 예매한 뒤 공연장을 찾은 현지인들. 마탄 빌나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 에후드 올메르트 예루살렘 시장 등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지의 뜨거운 반응은 공연 하루 전에 있었던 프레스 리허설에서도 확인됐다. 안식일 당일이었음에도 불구, 20여개 사 이상의 미디어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기 높은 취재 경쟁을 펼친 것.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등 국립극장 산하 4개 단체가 협력 제작한 '우루왕'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일종의 총체극이다. 바른말 하는 막내 공주를 내친 뒤 다른 두 공주에게 영토를 물려 준 우루왕이 이 둘에게 버림받고 병들자 한결같은 효심을 지닌 막내 공주가 사선을 넘어 생명수를 구해 온다는 내용.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우선 서양극에서는 볼 수 없던 동양적 색깔에 깊이 감명받은 표정이었다. 고대 사회를 무대로 한국 냄새 물씬한 창극 선율에 독특한 국악기 장단, 국립무용단의 춤과 화려한 의상, 광대극 등이 일단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관객들은 우리 북장단에 맞춰 앙코르 박수를 보내고 사용된 국악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악기 부스 근처로 모여드는 등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러한 독특함과 그네들의 익숙함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 도 높은 점수를 받는 데 한 몫 한 일등 공신. 줄거리부터 서양 고전 '리어왕'에 우리 설화 '바리데기'를 더해 낯설지 않은데다 우리 춤과 탈춤 창극 등의 전통 요소가 서양 뮤지컬 식의 총체극으로 재현돼 관객의 눈과 귀를 한결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 전통 공연이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로도 손색이 없을 듯 했다. 공연 직후 열린 축하 리셉션에서 빌나이 문화체육부 장관은 "정쟁으로 어려운 시기에 찾아준 한국 국립극장에 깊이 감사한다"며 "올해 페스티벌 주제 역시 '인권'인 만큼 극에서 보여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이스라엘과 기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깃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매년 봄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이스라엘 페스티벌에는 그동안 키로프발레단, 라 스칼라 오페라단,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 명망 높은 예술인과 단체들이 참가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곡을 연주, 갈등으로 얼룩진 독일과 이스라엘인의 역사에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11개국 37개 작품이 출품된 올해 행사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두어 개 참가국들의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 국내 작품이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우루왕'은 지난 3월 콜롬비아 이베로 아메리카 연극제에서 호평 받은데 이어 6월중에는 일본 오사카에서도 공연을 갖게 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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