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들이 중형차는 물론 대형차 시장에서도 한국 자동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해 초 가격경쟁력을 높인 중형차를 내세워 시장확대에 재미를 본 수입차 업체들이 이제는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대형차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요타는 지난 1일 주력 모델인 2011년형 연식 변경 모델 렉서스ES350의 가격을 최대 760만원 인하해 제네시스보다 싼 5,550만~5,990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도 인기모델 300C 3.5의 일부 사양을 조절해 가격을 400만원 내린 5,580만원에 내놓았다. 안영석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국산 대형차 시장을 정조준한 가격 정책"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닛산도 럭셔리 대형세단 M56 스포츠 모델에 적용된 고급 편의사양 등을 대거 탑재한 M37 익스클루시브를 출시하면서도 가격을 6,970만원에 맞췄다. 국산 대형차 대비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대형차 부문에서도 수입차와 국산차 간 가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렉서스 ES350 프리미엄(5,550만원)의 경우 이 차와 비슷한 옵션의 DIS 패키지(8인치 모니터+DVD플레이어+음성인식 시스템+후방주차 모니터용 카메라 등)를 포함한 제네시스 3.3(5,663만원)보다 113만원이 더 싸다. 인피티니 M37 익스클루시브는 비슷한 편의장치가 장착된 에쿠스 3.8 프라임 VIP팩(7,980만원)과 3.8 프레스티지 VIP(9,475만원)보다 1,010만~2,505만원가량 싸다. 가격차가 사라지면서 많은 국산차 고객들이 수입차로 넘어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가격뿐 아니라 수입차만의 독자적인 로열티 마케팅으로 한번 수입차 맛을 본 소비자들이 웬만해서는 국산차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입차 업체는 일본 업체들이 중형 세단의 가격을 3,000만원대 중반으로 낮추면서 한국토요타의 캠리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2,459대, 혼다는 어코드를 2,236대(3.5포함) 판매하는 등 선전을 거뒀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은 대표 세단인 E클래스와 5시리즈의 가격을 6,000만원 후반으로 책정, 일찌감치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을 흔들고 있다. 수입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차 업체는 물론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차 업체들까지 가격인하에 나서는 것은 국산차 시장 잠식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중형차를 통해 동급 차종의 가격차가 좁혀졌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확인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수입차 업계의 공세가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