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옷값이 금값

최근 봄옷을 구입하러 한 백화점에 들른 임모(31)씨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이보리빛 카디건과 민소매 상의로 구성된 니트 세트 가격이 무려 80만원. 최고가 브랜드가 아닌 국내 한 중고가 여성복 업체가 제시한 가격이었다. 정장을 구입하러 국내 유명 브랜드 매장에 들른 조모(34)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봄 70만~80만원 수준이었던 여성 정장 한벌 가격이 100만원대로 치솟아 있었다. 임씨는 “한달 월급이 얼마인데…” 하면서 “옷값 상승 요인이야 매년 발생하겠지만 지난해 옷과 별반 차이도 없는데 해도 너무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봄옷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특히 정장과 여성 캐릭터 캐주얼 등 구입계층이 탄탄한 주도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부쩍 오르고 있다. 업체들이 평균가를 지칭하며 내세우는 인상 가격폭은 10~15% 정도이지만 실제로 느끼는 체험가격은 그 이상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고가 라인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이를 고려하면 인상폭은 더욱 커진다. 이렇다 보니 ‘봄옷이 겨울옷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에 대해 업체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 양극화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고품질 제품에 매출이 몰리다 보니 품질 및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실지 이유를 경기 회복세에서 찾는 목소리가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인상을 자제해왔던 각 의류업체들이 봄철 들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옷값부터 올리기 시작했다는 논지다. 이밖에 주요 백화점들 역시 MD 개편과 더불어 일제히 수수료를 올린다는 방침이어서 옷값 상승 요인은 향후에도 더욱 부채질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인상된 가격폭 이상이다. 30~40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10~20대 영 캐주얼 브랜드의 주요 구매계층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20~30대 남성은 인터넷을 통해 맞춤 양복을 주문하는 주요 계층으로 부상했다.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소비심리에도 봄이 깃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고삐 풀린 가격을 무턱대고 반가워할 소비자가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미학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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