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을 놓고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이 웨이'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신흥국이 구조개혁 지연이나 정치 불안 탓에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 인사들의 추가 테이퍼링 시사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4일(현지시간) 별도 회동에서 "세계 증시 불안에도 연준의 테이퍼링 기조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파인 래커 총재는 "테이퍼링을 중단하기 위한 걸림돌은 매우 높아야 한다"며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추가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비둘기파인 에번스 총재도 "상당 기간 예상돼온 테이퍼링 기조가 쉽게 바뀌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각 나라마다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역시 이날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관료주의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인 자금을 붙잡을 수 있는 인프라·금융시장 등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중앙은행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로이터는 "인도네시아·인도·태국 등은 선거나 정정불안 때문에 포퓰리즘적인 조치만 내놓고 있다"며 "중앙은행 통화정책으로 당장의 위기는 지연되겠지만 나중에 더 큰 시장의 역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연준의 무책임 때문에 신흥국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반박도 거세지고 있다. 빌렘 뷔터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터키·아르헨티나 등의 위기는 부분적으로 정치불안, 경제정책 오류 등의 결과"라면서도 "연준은 통화정책 변경이 국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연준이 예의도 없이 신흥국 혼란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신흥국 금융 혼란과 경제 충격은 미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