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부동산·증시 침체에… 中 큰손들 미술품시장으로 몰린다

산수화 등 수요 부쩍 늘면서 예술품 신탁펀드도 우후죽순
상반기 시장규모 작년전체 4배
수백만위안 머무르던 작품이 1년새 1억위안 넘어서는 등
'투기' 지적에도 열기 이어질듯

경매회사인 차이나 가디언이 지난 5월 22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차이나 가디언 2011 봄 경매' 행사 현장. 이날 20세기 중국10대 화가중 한 명인 치바이스(齊白石)의 산수화 작품 '송백고립도·전서사언련(松柏高立圖·篆書四言連)'이 중국 근현대 서화 작품 중 최고가인 4억 2,550만위안에 판매됐다.

베이징에서 예술품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간쉐진 회장은 요즘 매일같이 몰려드는 고객들을상대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를 찾는 금융업계의 전문가들은 예술품 투자 상담은 물론이거니와 미술관련 신탁펀드 등의 설계에도 직접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간 회장은 "최근 많은 신탁사와 사모펀드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며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내 지갑을 열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팀에 합류해 예술품 투자 상품설계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술품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계의 큰 손 등이 대거 미술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산수화 등 미술품 수요가 부쩍 늘어나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 모집하는 예술품 신탁펀드도 우후죽순처럼 탄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수의 거액 투자가를 겨냥해 미술품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 유명 경제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최근 예술시장 업계의 수치를 인용해 올 상반기에만 예술품 신탁시장 규모가 24억7,000만위안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5억5,800만위안보다 이미 4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남보다 앞서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이미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1월 설립된 5,000만위안 규모의 예술품 신탁펀드인 '중신위다오'는 올 1월 해산되면서 투자자에게 연 10%의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인 투자인 셈이다. 신탁회사인 중신신탁사 관계자는 "현재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예술품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하지만 독단적으로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탁펀드 등의 금융상품 형태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 외에 거액 투자가를 상대로 한 사모펀드 결성도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운행중인 예술품 사모펀드 규모는 7억위안에 이르고 있으며 새로 만들어질 펀드액은 무려 10억위안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품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소장 차원에서 장기 투자하기 보다는 시세 차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 고객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예술시장이 투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간 회장은 "신탁펀드나 사모펀드 운용자들은 한동안 집중적으로 경매장소에서 유명 화가의 작품에 대해 입찰가격을 높이 불러 시장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이후에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으면 천천히 작품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챙기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의 돈 놀이처럼 예술품 시장에서 비슷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술시장이 사모펀드 등 금융계 큰 손들의 유입으로 투기화하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백만위안에 머무르던 유명 산수화나 중국화 등이 1억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세기의 손꼽히는 중국 산수화가인 장다첸(張大千ㆍ1899~1983년)의 대표작 애흔호(愛痕湖)는 지난해 1억위안을 호가했다. 전문가들은 예술시장의 투기화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자본이 대거 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중국 예술품 시장이 적어도 향후 5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년 후에는 10억위안을 호가하는 작품이 등장하면서 현재 1억달러 정도로 평가되는 피카소, 모네 같은 세계 일류 화가의 작품가격을 앞지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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