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항의(사설)

한보철강 부실대출과 관련, 제일은행의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소액주주들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는 소액주주 대표소송을 제기, 주목되고 있다.제일은행 소액주주 52명은 한보철강 부실대출에 관여한 전·현직 임직원 4명을 상대로 1백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부도가 난 한보철강에 부실여신을 해 은행과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므로 부실대출에 관여한 임원들이 연대해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대표소송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법원의 판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에도 경영진의 독단이나 부실경영에 항의하는 소액주주의 소송이 없었던건 아니다. 무책임한 경영이나 분식결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가 개별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적은 더러 있었다. 또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의 대표가 회사돈으로 배상금을 내겠다고 해서 주주들이 반발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회사를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하기는 처음이다. 따라서 앞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소액주주 대표소송은 소액주주들이 일정 지분이상을 모아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경영진의 부실경영에 대해 회사를 대신해서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되어 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개별주주의 소송과 달리 배상금이 원고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귀속된다. 따라서 공익적 성격의 소송인 것이다. 이 소액주주 대표소송제는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재계가 자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책임경영 구조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정상적인 경영권을 위협하는 그린 메일이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악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 또 고의가 없는 경영부실에 남용될 경우 공격 경영같은 적극적인 경영의욕을 위축시켜 환경변화에 따른 신속한 대응전략 추진보다는 복지부동 현상유지 경영에 안주하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제제도의 활성화는 투명경영 책임경영의 발전적 계기로 작용,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보철강에서 보듯 빚으로 사업하고, 빚을 얻어 확장하고 빼돌리고 끝내는 파산에 이름으로써 회사와 주주에 피해를 끼치고 경제 사회적 혼란을 조성해왔다. 은행 또한 사업성·장래성을 따져보지 않고 부실 대출을 해줌으로써 은행부실, 주주손해를 자초했다. 이같은 경영 행태는 바로 잡혀야 하고 통해서도 안된다. 이번 소액주주의 대표소송은 경영진의 독단과 횡포, 비리, 불법 등을 제동하는 경고적인 의미도 담고 있어 경영행태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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