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라하 '모톨병원'에 가다

중유럽 유서깊은 의료강국 체코… 보건산업 서유럽 진출 교두보
모톨병원과 상호교류 협력 계기… 한국의료 우수성 널리 알려야


비 내리는 프라하의 날씨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의 방문 기간 동안 양국 대통령 임석하에 보건부 간의 보건의료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비즈니스 포럼, 폴란드·헝가리·체코 전문가와의 e헬스 정책 포럼 등 중유럽 보건의료 시장을 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체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회의장으로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본 천년의 도시 프라하는 잘 보전된 건축물들로 중세 유럽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하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지만 필자에게 프라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말하라고 하면 마지막 날 방문한 체코 최대 병원인 모톨국립병원이다.

병원 외관은 낡아 보여 오래된 대학 같은 느낌이었다. 모톨병원은 중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4세기 설립된 프라하 카렐대(제2의과대학)의 부속병원이다. 2,189병상 규모로 '중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 '체코 의료인력 양성의 산실' '중유럽 최고의 소아과 전문 병원' 등 많은 수식어가 따르는 모톨병원은 체코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병원이며 특히 소아과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고 한다.

병원에 마련된 회의장에 들어서자 렌카 테스카 아르노슈토바 체코 보건부 차관과 밀로슬라프 루드비크 모톨병원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한국 보건복지부 대표단과 모톨병원 간부들이 마주 앉아 병원 소개를 듣고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병원 현대화가 큰 관심사인 모톨병원 측에 우리 대표단은 한국의 원격의료와 병원정보 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e헬스에 대해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아르노슈토바 차관은 한국 의료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특히 흉강경·복강경 시술 등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과의 인력 교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외국과 보건의료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첫 단계로 의료인 연수 등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체코 차관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또 양국의 병원정보 시스템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 체코 병원 관계자에게 우리의 병원과 병원정보 시스템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내년 3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바이오 메디컬 코리아 2016' 행사에 체코 보건부 장차관과 모톨병원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이어 전 보건부 장관인 병원 부원장의 안내로 응급실과 영상의학과를 둘러봤다. 의사이며 오랜 기간 병원장을 한 필자는 병원을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낡은 외관에 비해 내부는 리모델링으로 현대적인 시설과 장비를 갖춰 체코 최대 병원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자기 분야를 설명하는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도 전문가로 자부심이 엿보였다.

이번 대통령의 체코 방문 및 양국 보건의료 협력 MOU 체결로 시작된 우호적 관계가 민간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체코는 우리 보건의료 산업이 체코와 같이 비세그라드그룹에 속한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뿐 아니라 서유럽에 진출하는 데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망한 먹거리 산업인 보건의료는 국부를 창출하면서도 인류의 건강 증진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국가와도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분야다. 모톨병원과의 교류가 단초가 돼 향후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중유럽에 널리 전파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격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한국의 경쟁력 중 하나로 보건의료산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관련 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이달 국회를 통과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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