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혼란] 메르스 때로 되돌아간 기업 체감경기

저유가에 수출 마이너스행진… 소비도 5개월만에 감소



유가 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정부발(發) '모르핀'에 그나마 내수가 반짝 살았지만 이마저도 한 달 만에 '절벽'에 맞닥뜨렸다. 수출과 내수 성적표 모두 나빠지면서 제조기업의 체감경기는 중증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다 10월(-1.3%)과 11월(-0.5%)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컸다. 11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월 대비 4.7%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여파로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1% 감소했다. 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반도체(-9.7%)와 통신·방송장비(-20.2%) 등이 특히 부진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2%포인트 하락한 72.7%를 나타냈다. 이는 2009년 4월(72.4%)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는 10월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의 기저효과 영향으로 전월 대비 1.1% 줄었다.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메르스 충격이 우리 경제를 뒤흔든 6월(-3.4%)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 판매가 전월 대비 6.9% 증가하면서 하락폭을 붙잡은 상황이어서 연말 종료 이후 '소비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항공기)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6.0% 감소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공사 실적이 감소해 전월보다 0.8% 줄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수출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제조업 생산이 어려울 것이고 소비 등은 정책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여 내년 산업활동 전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생산·소비·투자가 줄줄이 감소하면서 12월 기업의 체감경기도 메르스 충격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2월 제조업 업황BSI는 67로 6월(66)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내수기업의 경우 BSI가 전달과 비교해 3포인트 떨어진 64를 기록하면서 6월(66)보다 더 낮아졌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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