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축적의 시간 外


한국 산업 ‘모방전략’은 한계 도달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 확보 나서야

축적의 시간
서울대 공과대학 지음/ 지식노마드/ 28,000원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명이 대거 참여해 심층 인터뷰 형태로 한국 산업계의 당면 현안과 해법,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이들 교수진은 자기 분야의 학계를 리드하고 활발한 산학협력 연구를 수행하면서 누구보다 한국 산업계의 현실에 대한 통찰이 깊은 학자들이다. 지금껏 한국 산업의 발전 모델은 선진국이 먼저 제시한 ‘개념설계’를 토대로 빠르게 모방하고 개량하는 ‘모방적 실행 전략’에 기초해 왔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념설계 역량 확보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같은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가치사슬의 맨 앞에 있는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산업 선진국으로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이 26명의 교수들의 공통된 관찰이다. 이들은 창조적 개념설계 역량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셀프 힐링’서 ‘컬처 힐링’까지 리더십의 첫 번째 조건은 ‘힐링’
킬링 리더 vs 힐링 리더
송수용 지음/ 스타리치북스/ 17,000원
이 책의 저자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대위로 전역한 뒤 기업체 영업사원, 기획마케팅 임원, 부사장 등을 거친 남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지혜와 경험을 응축한 이른바 ‘DID 정신’을 전파하며 리더들의 인생 반전을 돕고 있는 ‘DID 마스터’다. DID는 ‘들(D) 이(I) 대(D)’의 이니셜이자 ‘Do It. Done.’의 약자로서,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들이대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리더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리더십의 조건으로 힐링을 꼽는다. 이 책은 리더 개인의 ‘셀프 힐링’, 최강의 팀으로 거듭나는 ‘팀 힐링’, 위대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컬처 힐링’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얽매여 조직과 공동체를 망가뜨리는 킬링 리더의 모습을 그리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서 붐 일으키는 단색화 장르 및 주요 작가 분석
단색화 미학을 말하다
서진수 편저/ 마로니에북스/ 20,000원
단색화(單色畵)는 일반적으로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해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단색조 회화,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 등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작가들이 이뤄낸 예술세계는 서구의 모노크롬과는 또 다른 독창적인 미술사조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단색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단색화 붐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단색화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획·출간됐다. 1970년대에 단색화가 태동하고 전개된 시대적 배경과 미술계 상황, 그리고 단색화가 국제화되면서 담론을 형성해온 과정을 살펴봤다. 또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 단색화 붐이 일고 있는 현상을 분석했다. 박서보 등 주요 단색화 작가 5인에 대한 작가론 형태의 구성이 눈길을 끈다.


직장인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 알고 보면 그대도 예외가 아니다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유정식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16,000원
이 책은 직장인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을 혁신적인 심리 실험과 현장 사례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조직의 심리를 잘 안다고 스스로 여기는 직장인의 자신만만함에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접목해 조직과 처세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함께 직장인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을 들춰낸다. 예를 들면 직장인들은 높은 보상을 약속할수록 조직의 창의성이 향상되고, 권한이 평등한 조직일수록 성과가 좋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심리 실험 결과들에 따르면 이는 모두 착각이고 오류다. 세계적인 학술 저널에 게재된 심리학 관련 논문들을 독파하고 조직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온 저자는 통계적 근거와 과학적 주장을 동원해가며 직장생활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밝히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털어놓는 통념을 깨는 리더십의 비밀
마에스트로 리더십
이타이 탈감 지음/ 이종인 옮김/ 세종서적/14,000원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 사람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애제자인 저자는 협력과 리더십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의 지휘자(Conductor of People)’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과 재단, 단체 등의 종사자들에게 오케스트라 지휘자 생활을 통해 체득한 특유의 리더십을 가르쳐왔다. 오케스트라 앞에 선 지휘자는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진정한 지휘자는 어떻게 연주자들의 적절한 협력을 유도해 훌륭한 연주를 선사하는 것일까. 저자는 리더십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핵심 3요소는 ‘무지(Ignorant)’, ‘간격(Gap)’, ‘으뜸음 듣기(Keynote Listening)’이다. 세계적인 지휘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흥미진진한 리더십의 비밀에 귀를 기울여 보자.


패션지 편집장의 현대카드 1년 관찰기 혁신 마케팅 대명사의 속살을 파헤치다
인사이드 현대카드
박지호 지음/ 문학동네/ 16,000원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단지 카드업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기업들에게도 놀라운 영감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패션지 편집장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특별 출입증은 물론 회사의 기밀까지 볼 수 있는 권한을 줄 테니 1년 동안 현대카드를 가까이서 관찰한 뒤 칭찬이든 비판이든 본인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책으로 써달라는 게 골자였다. 이렇게 놀라운 제안으로 시작된 ‘현대카드 파헤치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은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포춘’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가 아이폰으로 세계 최고 IT 기업 반열에 오른 애플의 내부 시스템을 해부한 ‘인사이드 애플’과 흡사하다. ‘국내 금융업계의 애플’이라고 할 만한 현대카드의 내밀한 속살을 샅샅이 훑어본 책의 제목으로는 안성맞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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