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7시 '제16회 한양 언론인의 밤'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22층. 김현석(사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양을 빛낸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삼성전자 입사 후 영상디스플레이 개발팀장과 VD사업부 상품전략팀장을 역임하며 10년째 세계 1위를 질주하는 삼성의 TV 사업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양언론인회 관계자는 "행사를 며칠 앞두고 김 사장이 정중하게 수상 거절 의사를 전해왔다"며 "회사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을 받기가 부담스러운 듯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수상 거절과 행사 불참은 회사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사업부장 혼자 대외적으로 돋보이는 자리에 나서지 않겠다는 책임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또 삼성전자 경영진이 느끼는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4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지만 삼성전자의 내년 경영여건은 올해보다 훨씬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력 사업들이 정체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중국 가전업체들의 추격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소비 수요도 활기를 띠지 못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예전에도 어렵다는 위기론은 있었지만 올해처럼 위태롭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며 "특히 내년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 긴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