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기업 리스트] 선행을 통한 기업 성장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들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기업들은 대개 친숙한 것에 의존하곤 한다. 바로 이윤 동기다. 투자자본수익률 ROI(Return On Investment)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BY ALAN MURRAY


자본주의가 공격을 받는 건 요즘이 처음은 아니다. 20세기의 거대한 이념 전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21세기 들어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볼리비아에서 실시한 열정적인 연설에서도 언급됐고,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민주당 대선후보에 열광하는 뉴햄프셔 군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난 여름 세계적인 휴양지 아스펜 Aspen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브룩스 David Brooks는, 비정부기관(NGO) 지도자들이 부자들의 자선 행위를 칭찬하면서도 그들이 소유한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고발한 칼럼니스트 아난드 기리하라다스 Anand Giridharadas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와 독립성을 강조했던 경제학자 프리드먼 Friedman과 철학자 아인 랜드 Ayn Rand의 추종자들은 그런 공격을 미치광이 좌파들의 또 다른 잘못된 반란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지난 20년은 인류 역사상 자본주의 혜택이 가장 잘 드러난 시기였다’는 그들의 주장은 옳다. 그 기간 동안 10억 명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상당 부분 중국 지도자들이 평등이라는 ‘구속복’을 벗어 던지고 자유시장경제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많은 현명한 재계 지도자들은 대중 속에서 진행되는 더 큰 변화의 기류를 감지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보편적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기술과 세계화의 수혜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특히 2007~2008년의 금융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큰 취약성을 부각시켰다. 한 때 모든 배를 높이 띄웠던 파도가 결국엔 그 배에 구멍을 뚫은 셈이었다.

재계는 지금 사회적 의식을 가진 소비자, 이상주의 노동자, 그리고 회의적인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자본주의가 ‘사회적 악’을 치유할 수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홀푸드마켓 CEO 존 매키 John Mackey의 ‘의식적인 자본주의’, 헤지펀드 거물 폴 튜더 존스 Paul Tudor Jones의 ‘공정한 자본’,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의 ‘공유 가치 자본주의’, 로스차일드 CEO 린 포레스터 드 로스차일드 Lynn Forester de Rothschild 의 ‘포용 자본주의’, 세일즈포스닷컴 CEO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의 ‘동정 자본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들이 전하는 전체적인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버지 세대의 자본주의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춘이 새롭게 기획한 ‘세상 바꾸기(Change the World)’ 리스트는 이런 흐름에 기여하고자 마련되었다. 우리는 핵심 사업전략에 주요 사회 현안을 포함시키고 있는 기업 가운데 현저한 성과를 낸 기업들을 조명하려고 한다. 자본주의가 베푸는 ‘선행’의 힘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포춘의 신념이 깃든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시대에 자본주의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일부 포춘 친구들과 멘토들이 협조를 구했다. 여기 제시한 리스트에는 기업과 비영리 단체 중 우리가 알만한 배려심 깊은 리더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기업에 관한 대중 담론에 통찰력과 견해를 제공한 많은 학자들도 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우리는 마크 크레이머 Mark Kramer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 싱크탱크프리스탠더드그룹(FSG)에 특히 많은 신세를 졌다.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선별하는데, 그들은 소중한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었다. 이번 기획에서 선구자 역할을 한 그들의 도움을 받은 건 포춘에겐 행운이었다. 포춘 편집자들이 궁극적으로 최종 리스트에 책임을 지지만, 그들의 전문지식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일을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는 기업의 전반적인 ‘선행’이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진 않았다. 그건 우리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들은 복잡한 사업체를 가진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로, 현재 어느한 글로벌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글로벌 문제를 개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우리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계속 이런 내용들을 파헤치도록 격려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일부 기업들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어느 정도 무마하기 위해 이 기사에서 부각된 ‘선행’을 펼쳤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요지는 매우 간단하다. 이윤 추구 기업들이 여전히 인류의 가장 뿌리 깊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자본주의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는 자본주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캡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