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대그룹과 전면전을 벌이기로 작심했다.
퇴로를 차단한 싸움이다. 5대그룹의 자금줄을 끊을 경우 5대그룹이 최악의 경우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로서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겉으로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일계열여신한도를 강화할 경우 재벌들에 대한 신규대출이 사실상 중단된다. 기존 대출금조차 시간을 두고 회수해야 한다.
동일계열여신한도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어차피 강화될 형편이다. 정부는 IMF와의 합의범위속에서 나름대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도 재벌개혁을 위해 스스로 강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출과 관련된 어음매입도 동일계열 여신에 넣기로 한 것이다.
수출로 벌어들일 달러보다도 재벌의 재무구조개선과 문어발자르기 등 개혁이 우선이라는 정부방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회사채발행규제로 재벌들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키로 했다. 5대그룹은 회사채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침체로 유상증자에 한계가 있고 외자 역시 도입은 커녕 빌린 돈을 갚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기업어음(CP)발행도 규제되고 있고 각종 금융기관의 자산운용을 제한, 5대그룹의 유가증권 편입을 막고 있다. 국내외 부채상환과 투자자금마련 등 대부분의 자금을 5대그룹은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30조원상당을 5대그룹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은행차입도 막히고 회사채발행도 규제될 경우 5대그룹의 선택은 외길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팔다리를 자르는 구조개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일계열여신한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열을 분리해야 한다. 재벌분할이 촉진되는 셈이다. 또 부실계열사를 더이상 모기업의 자금지원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이 차단되므로 부실기업은 정리할 수 밖에 없다. 외국기업에 사업부문이나 자회사를 팔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막히고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게 되므로 5대그룹일지라도 희생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재벌들은 정부가 설마 5대재벌을 희생시키겠느냐는 생각에 개혁을 서두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조차도 과연 5대그룹의 희생을 각오하고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를 역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재벌들이 설마 그룹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재벌개혁과 관련된 정부의 역량과 관련 『(힘이 없는게 아니라) 참고 참고 또 참을 뿐이다』고 말했었다. 정부의 실력행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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