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테러 공포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 등 지난 주 전세계를 좌불안석으로 만든 일련의 대형 사건들에도 불구, 국제 시장은 큰 요동 없이 한 주를 마감했다.이번 주에도 직접적인 경제 문제보다는 각국 정세의 현안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모이면서 정치ㆍ안보 측면의 변수가 경제 동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 모이는 세계 지도자들간 논의의 핵심도 세계 경제보다는 안보 대책 및 평화 촉구로 귀착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사건들에 묻혀 엔화 가치가 소리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당 125.58엔까지 떨어져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이뤄진 개각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부실채권 처리 문제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지난 주 미 증시의 상승에 힘입어 아시아 증시가 대폭 상승했지만 닛케이지수 상승 폭은 유독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5일 APEC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경제 회생을 위한 종합 디플레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시장의 반응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EU가 현안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도 국제 경제계의 관심사다.
EU는 최근 경기 둔화와 EU 안전성장협약을 둘러싼 회원국들간 분열 등으로 암초를 맞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EU 확대와 기구 개편,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문제 등 커다란 정치적 사안이 워낙 많이 걸려 있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은 오는 27일 대통령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
좌파정권 탄생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국제 경제계에서는 브라질이 자유경제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으나, 유력 후보인 노동당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후보가 "당선 이후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무디스가 브라질 은행들의 등급 전망을 줄줄이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이 때문.
좌파정권 등장을 앞두고 룰라 후보의 '입'이 브라질 발(發) 남미 위기설을 확실히 잠재운 것인지 아직은 시장 동향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