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기술자립도 98%… 원전선진국 자부/전력산업

◎연구용 도입 32년만에 한국형 독자 개발/국내 총 12기 가동… 설비용량 1만㎿ 돌파/작년 평균이용률 85.5% 세계평균 앞질러한국의 원자력발전 기술은 이제 해외에 수출을 추진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자력발전소의 기술자립도 역시 100%에 가깝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85.5%로 세계평균 70.2%보다 크게 앞서있다. 이는 지난 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원전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국산화한 결과다. 국내 원자력발전은 사실상 미국의 지원아래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국형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북한 핵동결을 위해 시작됐던 북·미 협상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설치 등에서 볼 수 있듯 「한국형 경수로」로 대표되는 우리 원자력발전 기술은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형 원자로는 미국의 ABB­CE사의 1천3백㎿급 원자로를 국내 실정에 맞게 축소 설계해 만든 모델이다. 이같은 한국형 원자로는 국내 원자력발전이 어느 수준에 올라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가 현재 상업적으로 운전하고 있는 12기 원전의 설비용량은 9백61만6천㎾다. 전체 발전설비의 29%를 차지한다. 발전량은 7백39억2천만㎾h로 전체의 36%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2년 트리가마크­2 연구용 원자로를 처음으로 가동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연구가 본격 시작됐다. 이를 시발로 78년 4월 고리1호기가 상업발전에 들어간 이래 지금은 12기가 가동중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를 세대별로 구분해보면 외국에서 일괄도입한 1세대에 고리 1,2호기 및 월성 1호기가 있다. 한전의 주도하에 국내업체가 부분참여한 2세대에는 고리 3,4호기와 영광 1, 2호기 울진 1, 2호기가 있다. 또 한전의 주도하에 국내업체가 주계약자로 건설한 3세대에는 영광 3, 4호기 울진 3, 4호기와 영광 5, 6호기, 월성2호기가 있다. 초창기 국내 원자력발전은 외국업체 주도의 일괄발주로 사업을 수행했다. 우리는 돈만 내고 인허가사항이나 설계변경등은 모두 외국업체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리3,4호기를 건설하면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분할발주 형태로 진행, 국내 기술진이 원전 건설에 참여했다. 지난 87년 영광 3, 4호기를 건설할 때부터 한국전력기술이 국내 최초의 설계주계약자로 선정됨으로써 독자적인 형태의 기술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석유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너지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는 68년 2월 「원자력발전추진위원회」를 설립해 5월에 경남 양산군 고리지역을 원전 부지로 선정했다. 이어 71년 3월10일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기공식을 가졌다. 고리 1호기는 75년 6월26일 첫 원자력발전을 시작했다. 83년에는 고리 2호기, 월성 1호기가 각각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년뒤인 85년에는 고리 3·4호기가 발전을 시작해 전체 전력중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7.8%로 높아졌다. 특히 고리 3·4호기부터는 주요 기자재중 일부를 국산으로 사용해 국산화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 이후 86년 영광 1·2호기, 88년 울진 1호기, 89년 울진 2호기가 발전을 시작했으며 94년 10월에는 한국형 원전의 모델인 시설용량 1천MWe의 영광3호기가 발전을 시작했다. 영광 3호기에서는 원자로 관련 계통 설계에 자체 기술을 반영하게 되었으며 울진 3호기에서 드디어 기술자립도를 98%이상 높이며 한국형 원자로가 탄생했다. 지난 6월에는 월성 2호기가 발전에 들어가 모두 12기의 원전이 운전되어 원자력발전설비 용량이 처음으로 1만MWe를 돌파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원전 17기를 추가로 건설해 원전의 시설용량을 2천6백32만9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럴 경우 2010년 에너지원에 따른 발전량은 원전이 33.1%로 가장 많게 되며 ▲LNG 2천2백1만4천㎾(27.7%) ▲석탄 2천1백70만㎾(27.3%) ▲수력 5백98만3천㎾(7.5%) ▲석유 3백52만5천㎾(4.4%) 순으로 구성된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원자력발전」이 마침내 절정을 맞는 모습이다.<김상연 기자> ◎한전기술­원전자립 주도한 종합설계사/국내정비 총괄… 고장 ‘0’도전 원자력발전은 손꼽히는 고도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핵심은 「설계」기술이다. 자체적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원전 선진국으로 불릴만 하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미국의 지원아래 출발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기술개발에 노력한 결과 이제 우리의 원자력기술은 「한국형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북한에 건설중인 「한국형 경수로」로 대표되는 우리 원전기술이 이처럼 자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전력기술」이라는 원전전문 종합설계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75년 설립된 한전기술은 지난 87년 영광 3, 4호기를 건설당시 국내 최초로 설계 주계약자로 선정돼 독자적으로 기술참여를 시작했다. 이후 한전기술은 울진 3, 4호기 건설부터는 종합설계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영광 5, 6호기, 울진 5, 6호기, 월성 2, 3, 4호기 등 잇따른 원전 건설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거대한 발전설비를 수명이 다하도록 고장없이 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발전설비가 현대 과학기술을 총동원한 「문명의 집결체」라고는 하지만 이를 하루 24시간 1년내내 가동하는데는 언제, 어느 부분에서 고장이 생길지 예측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정비는 한전기공이 맡고 있다. 발전설비는 1년에 한번씩 분해해 정기 점검정비를 하는데 다음 정비 때까지 고장없이 계속 가동하는 것을 「1주기 무고장운전」이라고 한다. 한전기공은 92년에 12기, 93년에 17기의 무고장 운전을 달성한 이래 발전소 고장율을 제로에 가깝게 이끌어가면서 「안정 전력공급의 파수꾼」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한전기공은 최근 예측정비라는 최신예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예측정비란 발전소를 분해해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동중에 모든 기기의 상태를 점검, 필요한 경우에만 정비를 하는 것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일부 선진국만이 최근에야 시도를 하고 있는 최신기술 분야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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