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3월 8일] 양성평등과 글로벌 경쟁력

최근 필자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54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고 서울로 돌아왔더니 떠날 때보다 더욱 완연해진 봄 날씨가 따뜻하게 반긴다. 며칠 전 뉴욕의 모습이 벌써 한참 지난 듯 느껴지지만 회의 기간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는 유난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女 경제활동 지원 인프라 구축을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국가 대표들과 민간단체 대표들이 어우러진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다들 익히 아는 것처럼 3월8일은 여성운동에 있어 기념비적인 날이다. 약 100여년 전인 지난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매년 이날을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하며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00년 전 여성들은 생존권과 참정권 보장을 외쳤고 많은 노력 끝에 각국에서 여성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또 투표권도 획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100여년 전의 구호들을 역사 저편에 남겨둘 수 있을까. 대답은 "아직은 아니요"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경제위기 아래서 많은 여성이 교육의 기회를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가정폭력은 여전히 일부 여성의 삶과 가정을 위협하고 여성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여성 삶의 비약적 발전'이라는 문구에 섣불리 환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양성(兩性)이 평등한 사회의 구현은 여성 삶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권의 측면, 그리고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당위적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미래 세대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차별 철폐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먼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여성인력은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향후 노동시장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활용돼야만 한다.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경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유연한 근로 형태가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부는 공공 부문의 시범사업 실시와 민간 기업으로의 전파로 정규직 단시간 근로제 확산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둘째, 여성들이 주요 국정과제에 적극적 참여해 기여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특히 여성부는 녹색성장에 있어 여성들의 녹색생활 실천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녹색생활 실천 확산 협의체인 G코리아를 구성ㆍ운영하고 이를 통해 연내 10만가구와 '한 가정 탄소 1톤 줄이기' 캠페인 참여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남녀 성 고정관념 탈피해야 셋째, 지난해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아동 성폭력 사건과 같은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 성범죄자 처벌과 신상정보 공개강화, 공소시효 정지를 추진하고 전국적인 '아동ㆍ여성보호 지역연대' 운영으로 성범죄 발생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의 구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다. 양성평등 사회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바로 개개인의 인식 변화이다. 남성과 여성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해마다 찾아오는 '3ㆍ8 세계여성의 날'이 여성들만의 기념일이 아닌 남녀가 함께 참여하고 남녀가 함께 보다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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