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악화 파고 넘자"… 금융권 올 경영 키워드 '변화'

금융회사들이 2016년 새해에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을 맞는다. 금융 밖에서 금융 안으로 침투하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잇따라 출몰하는 가운데 저성장과 기업 부실 리스크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강력한 '변화(Change)'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핀테크 기업에 투자… 적과의 동침

C(Collaboration·협력 합작)=전통의 금융 업종과 이종 업종 간의 협력 및 합작은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경영 트렌드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금융 이외 산업에서 금융의 영역을 파고들어오는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가 새해 경영의 가장 큰 화두"라고 말했다. 제조·유통업체가 중심이 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금융 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가운데 기존 은행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핀테크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적과의 동침'을 꾀하고 있다.

자산관리 모델 차별화로 수익원 발굴

H(Hazard·위험)=곳곳에 도사린 부실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올해 금융회사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은행들은 부실 징후 기업 특별관리팀을 신설하거나 산하 연구소 내에 산업분석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부실 기업 조기 경보시스템'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이광우 우리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우량 자산의 옥석 가리기를 전직원이 체질화하고 역마진·저마진 자산은 비중을 낮추거나 크로스셀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임으로써 자산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력·조직 강화로 해외공략


A(Asmanagement·자산관리)=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는 3월 도입되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자산관리 모델을 차별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의 고객 자산관리는 그동안 예·적금이나 펀드 판매 창구로서의 기능에 그쳤을 뿐이지만 앞으로는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한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행장 취임 이후 전직원의 PB화를 추진하며 그동안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졌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실기업 조기 파악에 올인

N(Nim·순이자마진)=2016년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바닥까지 떨어진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출 규모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대손비용 증가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익 규모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소매 금융 분야에서 핵심 예금 유치를 위해 영업력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특히 2016년부터는 계좌이동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핵심 예금 유치를 위한 '고객 뺏기 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 분야서 예금유치 사활

G (Global·해외 전략)=연말 인사에서 KB금융지주는 글로벌 전략부를 신설했고 신한금융 역시 글로벌 관련 인력 및 조직을 강화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도전적인 전략을 내놓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6년 해외 지점을 무려 100개나 더 확대할 계획이며 하나금융은 '원큐뱅크' 모델을 통해 캐나다와 동남아 등에서 새로운 신용대출 시장을 열 계획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며 "기회가 있는 국가 몇 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진출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과주의 확산… 희망퇴직 크게 늘듯

E(Efficiency·효율성)=2016년 한 해 전국의 은행 점포는 약 100곳 이상 줄어들고 금융권에도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희망퇴직이 어느 때보다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던 은행에도 성과주의식 임금 문화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호봉제가 직무나 성과에 따른 연봉제로 전환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금융 산업이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선 가운데 기존 은행들은 1,000개에 육박하는 점포와 수만명의 직원을 유지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앉을 자리를 잃어버린 은행원들이 은행 밖에서 직접 영업하는 모습도 조만간 보게 될 것"이라며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결국 효율성을 최대한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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