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종합>]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을 생각하다

노숙인 사망, '고인 물'처럼 갈수록 심각해져
'의자 뺏기' 딜레마 갖힌 노숙인, 공간 부족해 누군가는 노숙해야
전문가들 "기존 '관리' 중심 대책서 '주거 중심' 대책으로 전환해야"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는 사람.’

‘노숙인’(露宿人)을 글자 그대로 풀면 이렇다. 얼핏 시처럼 들리지만 집 없이 이곳 저곳에 몸을 기대야 하는 이들의 삶은 전혀 시적이지 못하다. 요즘처럼 추위가 뼛 속을 파고드는 겨울이 오면 특히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 노숙인들은 오늘도 죽음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lt;BRgt;반대로 노숙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여성 노숙인이 성착취 및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1.7%에 달했다. 일반인들에 의한 언어·신체 폭력 뿐 아니라 인신·장기 매매 위협, 최근엔 명의 도용에 따른 금융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노숙인 관련 단체들의 지적이다. 노숙인들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lt;BRgt;lt;BRgt;△ ‘의자 뺏기‘ 딜레마 갖힌 노숙인들 = 우리나라의 노숙인 시설은 현재 150곳이다. 자활시설이 64개소로 가장 많고, 재활요양 시설(58), 쪽방상담소(10), 종합지원센터(10), 일시보호시설(8)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자활 시설의 경우 1곳당 노숙인 30.5명이, 재활·요양 시설은 1곳당 144.1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t;BRgt;lt;BRgt; 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width=500 align=CENTER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 style=quot;PADDING-RIGHT: 2px; PADDING-LEFT: 2px; PADDING-BOTTOM: 2px; PADDING-TOP: 2px;quot; bgColor=e6e6e6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gt;lt;IMG src=quot;http://newsimg.sednews.com/2016/01/05/1HLUNRTXJS_6.jpgquot; border=0gt;lt;/TDgt;lt;/TRgt;lt;TD style=quot;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FONT-FAMILY: 돋움,돋움체; COLOR: 595959; FONT-SIZE: 9pt; PADDING-TOP: 2px;quot;gt;lt;/TDgt;lt;/TRgt;lt;/TABLEgt;lt;/TDgt;lt;/TRgt;lt;/TABLEgt;lt;BRgt;최소한의 사적 공간이 담보되지 못하는 집단 거주 환경은 시설 노숙인들으로 하여금 ‘일탈’을 욕망하게 만든다. 최성남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정책위원장은 “장애인 단체의 경우 대규모 시설이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인권침해의 구조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30인 이상의 생활 시설은 없애기로 결의하고 있다”며 “반면 평균 140명이 넘는 노숙인들의 재활 및 요양 시설의 소규모화에 대해선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lt;BRgt;lt;BRgt;‘한 평’ 쪽방은 자기 공간을 갈구하는 노숙인들이 거리에 나앉기 전 몸을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다. 다른 곳에 비해 거주 비용이 저렴한 덕에 많은 노숙인들이 쪽방 생활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개발 열망이 쪽방에도 들이닥쳤고, 노숙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터전’을 잃고 있다. lt;BRgt;lt;BRgt;서울 동자동, 영등포동, 남대문 지역 등에 있던 쪽방 자리 일부를 이미 마천루 건물, 게스트하우스 등이 점령했고, 현재 남아 있는 쪽방도 임대 사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역 연세빌딩 부근 쪽방촌 주민 260명에 대한 건물주의 퇴거 통보가 있었고, 그곳에서 수년간 생활을 꾸려갔던 주민 대부분이 방을 뺐다. 동자동 쪽방 주민 김정호씨는 최근 서울 중구청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한쪽 어깨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요구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살아 있는 목숨이니, 제발 살게 좀 해달라”라고 호소했다.lt;BRgt;lt;BR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width=500 align=CENTER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 style=quot;PADDING-RIGHT: 2px; PADDING-LEFT: 2px; PADDING-BOTTOM: 2px; PADDING-TOP: 2px;quot; bgColor=e6e6e6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gt;lt;IMG src=quot;http://newsimg.sednews.com/2016/01/05/1HLUNRTXJS_7.jpgquot; border=0gt;lt;/TDgt;lt;/TRgt;lt;TD style=quot;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FONT-FAMILY: 돋움,돋움체; COLOR: 595959; FONT-SIZE: 9pt; PADDING-TOP: 2px;quot;gt;lt;/TDgt;lt;/TRgt;lt;/TABLEgt;lt;/TDgt;lt;/TRgt;lt;/TABLEgt;lt;BRgt;남기철 교수는 노숙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족을 ‘의자 뺏기’로 설명한다. “한 사회에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택 수와 전체 수용자 수의 차이만큼 ‘의자’에 앉을 수 없어 결국 구성원 중 누군가는 노숙 생활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게임 규칙’을 갖고 있다”는 것.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노숙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해 시설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회전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lt;BRgt;lt;BRgt;△ “집 한 채를 주는 게 비용이 싸다” =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노숙인 정책이 “시설 입소를 중심으로 한 ‘관리’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노숙인 문제의 ‘실질적 해결’보단 대규모 시설을 활용한 ‘집단 관리’를 주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인데, 이는 ‘시설→쪽방→고시원→거리→시설’이라는 만성적 회전문 현상을 낳는 주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서울시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숙인 시설을 이용한 이들 가운데 ‘노숙 생활을 마친다(탈노숙)’는 이유로 퇴소한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lt;BRgt;lt;BRgt; lt;BR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width=500 align=CENTER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 style=quot;PADDING-RIGHT: 2px; PADDING-LEFT: 2px; PADDING-BOTTOM: 2px; PADDING-TOP: 2px;quot; bgColor=e6e6e6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gt;lt;IMG src=quot;http://newsimg.sednews.com/2016/01/05/1HLUNRTXJS_8.jpgquot; border=0gt;lt;/TDgt;lt;/TRgt;lt;TD style=quot;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FONT-FAMILY: 돋움,돋움체; COLOR: 595959; FONT-SIZE: 9pt; PADDING-TOP: 2px;quot;gt;lt;/TDgt;lt;/TRgt;lt;/TABLEgt;lt;/TDgt;lt;/TRgt;lt;/TABLEgt;lt;BRgt;선진국에선 1990년대 이 같은 ‘시설 중심’ 정책의 한계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주거 중심’으로 정책적 사고를 변화시켰다. ‘주거 중심 정책’은 노숙인 지원의 방점을 ‘안정된 주거’에 두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노숙인 각자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다’는 얘기다. 미국의 ‘하우징 퍼스트(Hosing First)’, 노숙 종식을 위한 캐나다 연합(Canadian Alliance to End Homelessness)의 주거 지원 캠페인,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도심 영구 거처 제공 정책’, 영국의 ‘연속 이틀 노숙 방지(No Second Night Out)’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 예다. lt;BRgt;lt;BRgt;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주거 중심’ 정책이 경제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것. 만성적 거리 노숙인을 양산하는 시설 대책 대신 차라리 집을 한 채씩 주는 정책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 및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lt;BRgt;lt;BRgt;지난 201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숙인들에게 주거지를 지원해주는 데 들어가는 한 해 비용은 1인당 1만4,000달러(약 1,649만원)로 이들을 거리에 방치하는 데 따른 의료 및 사법 비용 3만9,458달러(약 4,648만원)의 35%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최소 비용만 받고 집을 제공한 결과 응급실 및 병원 이용이 80% 가까이 줄어 18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고, 위법 행위로 이들이 사법 처리 되는 비율 역시 72%나 급감했다. lt;BRgt;lt;BR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width=500 align=CENTER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 style=quot;PADDING-RIGHT: 2px; PADDING-LEFT: 2px; PADDING-BOTTOM: 2px; PADDING-TOP: 2px;quot; bgColor=e6e6e6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gt;lt;IMG src=quot;http://newsimg.sednews.com/2016/01/05/1HLUNRTXJS_9.jpgquot; border=0gt;lt;/TDgt;lt;/TRgt;lt;TD style=quot;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FONT-FAMILY: 돋움,돋움체; COLOR: 595959; FONT-SIZE: 9pt; PADDING-TOP: 2px;quot;gt;lt;/TDgt;lt;/TRgt;lt;/TABLEgt;lt;/TDgt;lt;/TRgt;lt;/TABLEgt;lt;BRgt;우리나라는 서울시 등 재정 여력이 있는 소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우선 정책을 선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실시한 ‘단기월세지원(임시주거지원)’ 사업은 프로그램 이용자의 80%가 노숙을 청산했을 정도로 뚜렷한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노숙인 정책 대부분이 지자체 소관인 현실에선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대다수 지자체가 정책 집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 재활요양 시설을 제외한 모든 업무가 지자체 소관으로 지방 정부에 과도한 위임이 이뤄진 실정”이라며 “주거 지원 사업은 국토교통부와 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lt;BRgt;lt;BR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width=500 align=CENTER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 style=quot;PADDING-RIGHT: 2px; PADDING-LEFT: 2px; PADDING-BOTTOM: 2px; PADDING-TOP: 2px;quot; bgColor=e6e6e6gt;lt;TABLE cellSpacing=5 cellPadding=0 bgColor=ffffff border=0gt;lt;TRgt;lt;TDgt;lt;IMG src=quot;http://newsimg.sednews.com/2016/01/05/1HLUNRTXJS_10.jpgquot; border=0gt;lt;/TDgt;lt;/TRgt;lt;TD style=quot;PADDING-BOTTOM: 0px; PADDING-LEFT: 0px; PADDING-RIGHT: 0px; FONT-FAMILY: 돋움,돋움체; COLOR: 595959; FONT-SIZE: 9pt; PADDING-TOP: 2px;quot;gt;lt;/TDgt;lt;/TRgt;lt;/TABLEgt;lt;/TDgt;lt;/TRgt;lt;/TABLEgt;lt;BRgt;‘주거 지원 정책’은 이런 행정적 한계를 압도하는 걸림돌이 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그것. 쉽게 말해 “ 게으름뱅이 노숙인들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라는 사회적 비난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더 큰 과제다. 논픽션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 이렇게 썼다. lt;BRgt;lt;BRgt;“사회적 혜택엔 일정한 도덕적 정당성이 따라야 한다. 장애유공자가 저소득 싱글맘에게 혜택을 주는 일은 정당하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진 노숙자에게 아파트를 주는 일은 또 다른 논리에 기반을 둔다. 그것은 철저하게 (경제) 효율성을 추구하는 논리다. (중략) 이 문제는 우리에게 불쾌한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는 도덕적 원칙을 고수하거나 아니면 효율적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길은 없다”lt;BRgt;lt;iframe width=quot;540quot; height=quot;315quot; src=quot;hhwqcKb2qsQ" layout="responsive" width="355" height="218"> /글·그래픽=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영상=이종호기자, 정가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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