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서울 압구정동에 마늘을 식재료로 전면에 내세운 이색 레스토랑 '매드포갈릭'이 문을 열었다. 마늘을 듬뿍 넣은 스테이크, 파스타 등이 고객의 호응을 얻으며 매해 성장을 거듭했다. 매드포갈릭이 이색 메뉴를 동일한 품질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데는 총괄 셰프의 역할이 컸다. 매드포갈릭 개국 멤버였던 그는 10년 만에 유명 레스토랑인 마노 디 셰프로 자리를 옮겨 경영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20년 이상 고급 요리를 만들어왔던 그는 문득 서양 일상식인 파스타를 더 많은 고객들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1년 회사를 나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현재 28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금종복(사진) 더제이케이키친박스 대표는 '이탈리안 요리의 캐주얼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금 대표는 더제이케이키친박스의 메뉴를 가격은 낮추되 품질을 높인 메뉴로 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파스타는 6,900원~8,900원선, 피자는 9,900~1만3,900원 사이로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불필요한 재료는 없애고 주요 재료로 실질적인 메뉴를 만들 수 있었던 데는 금 대표가 오랜 시간 전문 요리사로 일했던 경험이 주효했다. 간편한 주문 시스템을 통해 인건비를 낮춘 것도 '가성비'(가격 대비 제품 성능)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서양식에서 메뉴를 꾸미는 부재료인 '가니쉬'를 없애고 맛을 내는 주재료만을 활용해 파스타와 피자를 만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또 카페처럼 고객이 데스크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는 '셀프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필요 인력 수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키친박스는 주방을 의미하는 영어인 키친을 박스에 담았다는 의미로, 맛있는 요리와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고객의 접시와 테이크아웃 상자에 넣겠다는 금 대표의 바람이 담겨 있다. 기존 42종의 이탈리안 파스타와 피자 메뉴 외에도 매해 20개 이상의 신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폭탄 빠네'는 기존 빠네 메뉴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딱딱한 빵 속에 파스타를 담는 대신 부드러운 빵을 택했다. 오징어먹물을 넣어 검은 빛깔이 도는 빠네 빵 모양이 폭탄 모습과 닮아 메뉴명에도 폭탄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먹는 재미'도 살렸다. 출시하자마자 인기 메뉴로 급부상하는 등 오랜 개발 끝에 내놓은 신메뉴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금 대표는 '팀워크'를 가장 중시한다. 키친박스 예비창업자들의 교육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문 접수부터 조리, 서빙까지 하나로 연결되지 않으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키친박스는 개점 전 본사교육을 시작으로 개점 후에도 본사 슈퍼 바이저가 매장에 상주하며 가맹점주가 업무에 숙련될 때까지 운영 전반을 돕는다. 점주별 개인 차가 있는 것을 반영해 상주 기간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는 "포화상태인 외식 시장에 도전하려는 예비 창업자들이 많은데 무턱대고 창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본인이 원하는 업종을 신중히 선택한 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효율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급성장하거나 반짝 인기를 누리는 아이템에 편승하기보다는 본사의 지원과 가맹점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요리 연구가였던 그의 최종 목표는 매장 숫자를 늘리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도 출점해 국내 50호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에도 진출해 '한국에서 온 서양식'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