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족쇄' 못푸나

美 "탄도미사일 개발 혐의" 새 경제제재 준비
홍콩·UAE 기업 등 10곳 지목
이란 반발, 핵합의 이행 시험대

미국 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새 경제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월 이란과 서방 6개국이 핵 합의를 도출한 뒤 이란에 가해지는 첫 제재로 이란 측의 반발에도 실행된다면 향후 이란의 핵 합의안 이행 여부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이란과 홍콩·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개인 등 10여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고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재무부의 추가 제재 대상에는 UAE에 본사를 둔 마브루카트레이딩과 창업자인 호세인 푸르나그시반드, 이 회사의 홍콩 자회사인 안후이랜드그룹, 이란 국방부 관리 5명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들 제재 대상과는 사업거래가 금지되며 미국 은행들은 미국 내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된 이들의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핵 합의 후인 10월과 11월에 각각 한 차례씩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달 들어 유엔은 10월의 장거리 유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보리 결의 1929호를 위반했다고 규정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란에 일방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또 이란과 북한 간 미사일 개발 협력 의혹이 제기되는 점도 미국의 이란 제재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광산개발무역회사로부터 부품을 구입했으며 지난 2년 동안 이란이 방위협력을 위해 북한에 기술자들을 파견한 혐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이 같은 제재를 핵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백악관에 통보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미 정부는 핵 합의와 제재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새해 1월 중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핵 합의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미사일 프로그램 외에서도 거듭 노출되고 있다. 최근 미 의회가 미국을 무비자 방문할 수 있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요건을 강화하면서 지난 5년간 이란·시리아·이라크·수단을 방문한 외국 국적자에게 사전 비자 발급을 요구한 데 대해 이란은 자국 시장에 투자하려는 기업인들을 미국이 사실상 제재하는 것이라며 이는 핵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 27일에는 걸프만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 해군 핵 항공모함 해리트루먼호와 프랑스 군함들이 이란군이 발사한 로켓에 맞을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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