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작 ‘어바웃 러브’(원제 ‘The truth about love)는 솔직한 영화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말 그대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연인을 말한다. 알콩달콩한 애정싸움과 심리적 갈등, 누구나 짐작하는 해피엔딩이 펼쳐질 뿐이다. 얼마나 예쁘게 포장돼 관객의 자극을 이끌어내느냐가 로맨틱 영화의 성공 관건이다. 로비 윌리암스와 니콜 키드먼이 함께 부른 곡 ‘Something Stupid’로 영화는 시작한다. ‘사랑한다는 바보 같은 말만 건네요’라는 노래가사처럼, 영화는 순진하게도 친구 샘의 애인 앨리스(제니퍼 러브 휴이트)를 짝사랑하는 아치(더그레이 스콧)을 비춘다. 아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엽서를 쥐고 우체통 앞에서 서성댄다. 반은 실수로, 반은 진심으로 우체통에 엽서를 넣는다. 편지를 받은 앨리스는 애인 샘에게 온 편지로 알고 마냥 행복해진다. 고마운 마음에 앨리스는 애인에게 이름을 쓰지 않은 채 사랑 담긴 답장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의 애인 샘은 ‘미지의 여인’에 대한 야릇한 호감을 갖고, 둘의 관계는 엉키기 시작한다. 숱한 로맨스 영화에서 보아온 뻔한 공식이지만, 이 영화엔 여주인공 제니퍼 러브 휴이트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지난 해 ‘이프 온리’로 국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그녀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가냘프면서도 육감적인 몸매에 적당한 귀여움과 애교로 무장하고는 판타지 같은 사랑을 꿈꾼다. 아무렇게나 자른 것 같은 단발머리에 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그녀 자체가 강력한 상품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까지. 사랑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좇다 보니 닮지 말아야 할 것까지 닮아 버렸다. 잘 나가는 변호사 애인에 그의 사랑만을 바라보고 사는 여자친구. 남자는 지치고, 여자는 사랑에 굶주린다. 애인에게 잘 보이려 앨리스는 열심히 운동하고 어울리지 않는 야한 옷을 걸친다. 애정의 판타지가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팬시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팁 하나. 영화 수입사는 네티즌이 직접 쓴 사랑에 관한 멘트를 영화 엔딩 자막에 삽입했다. 관객들의 폭소가 가장 크게 터질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