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타인 비방 댓글등 방치…손해배상 하라"

법원 "피해방지 의무" 판결…NHN등 4사에 1,600만원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기사를 눈에 띄게 배치하고 댓글ㆍ블로그ㆍ카페를 통해 특정인을 비방하는 내용이 수없이 게재되도록 방치했다면 인터넷 포털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는 포털이 기사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게재하는 ‘단순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정보 전달에 있어서도 엄격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로 향후 포털 운영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영룡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개인 신상과 관련한 허위 사실이 포털에 퍼지면서 명예가 훼손됐다”며 NHNㆍ다음ㆍ싸이월드ㆍ야후 등 4개 주요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 김씨의 자살한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딸의 억울한 사연이다. 네티즌을 통해 이 글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이와 관련한 기사가 인터넷 포털 등에 게시됐다. 문제는 기사에 달린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에 김씨의 신상이 담겨져 있었던 것. 김씨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포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기사에는 원고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숨진 여자친구의 실명과 미니홈피 주소 등을 통해 기사에서 가리키는 사람이 원고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공개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네티즌들이 댓글로 원고를 비방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신상 정보를 적극적으로 게재한 것은 아니더라도 블로그ㆍ카페 등에 불법적인 내용의 표현물이 너무 많이 게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피해 확산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여러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게시해 영향력이 기사 작성자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포털이 단순한 전달자에 그쳐 기사 내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인터넷 서비스로 영리활동을 하는 피고들은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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