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트코리아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시민단체 회원 등의 명단공개를 요구하는 시위 중 북한의 인공기 화형식을 하고 있다./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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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간첩단 사건으로 정치권이 들썩이는 가운데 민노당 지도부가 방북을 결행함으로써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ㆍ노회찬ㆍ박용진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13명은 31일 오후 고려민항 항공기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 오는 4일까지 닷새간의 방북활동을 시작했다.
방북단은 이날 북측이 교류 파트너인 조선민주사회당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했으며 오는 2~3일께 북한의 고위당국자와 면담을 할 계획이다. 민노당은 이를 위해 북측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방북단은 그 밖에도 남북합작으로 설립된 빵 제조공장과 의약품공장 등을 방문하고 김일성종합대학, 협동농장 등도 돌아볼 예정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이번 방북의 취지에 대해 “북 핵으로 막힌 남북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민노당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를 놓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번 평양행은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조선노동당이 아니라 야당인 조선민주사회당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민노당 역시 집권당이 아니라 소수 야당이라는 점에서 북핵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민노당은 지난 8월에도 조선민주사회당의 요청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나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정치권은 민노당의 방북을 기화로 북핵 문제와 간첩단 사건에 대한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는 분위기다. 특히 국회 통외통위 소속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31일 국정감사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초당적 차원의 방북단을 구성할 경우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야 영수 방북단’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노당 간첩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축소ㆍ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동시에 민노당의 방북을 승인한 이 장관 등을 압박하면서 대정부 공세에 나섰다. 통외통위 소속 박진ㆍ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의 반대 의견 등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민노당의 방북을 승인한 근거 등을 따져 물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노당의 평양 방문은 북핵 사태를 빌미로 정계개편과 내년 대선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각 당의 정치경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