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금융전문가들이 기업연금을 주식시장과 연계시켜 이해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때마다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연금 조기도입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업연금이 도입되면 증시가 안정되거나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 90년대에 활성화된 확정각출형 기업연금제도의 활성화가 미국증시의 최대 호황을 가져온 요인이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연금 도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식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근로자의 퇴직금 보호와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제 및 복지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사회의 인구고령화 현상을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범국가적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 전반에 걸쳐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또한 엄청난 자본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사회구조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준비가 진행돼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연금도 이러한 맥락과 연계돼 있다. 원래 이 논의의 출발점은 현행 퇴직금제도가 장부상의 적립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도산 등으로 상당수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한국사회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경우에 대비해 일시불로 지급되고 있는 현행 퇴직금을 연금의 형태로 지급해 노후 생활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해 검토하게 된 것이다.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근로자에게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긍정적 효과 외에도 경영계를 포함한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연금 도입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노(勞)와 사(使)는 이와 관련해 관심사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기업연금을 포함해서 퇴직금 보호 및 안정성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현행 퇴직금제도가 부과하고 있는 월급여의 8.3% 적립부담을 축소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연금 도입여부는 기존의 노사간 대립적 쟁점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 기업연금제도는 노사 양측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계는 불안정한 퇴직금제도의 안정성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좀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고 경영계는 현행 8.3%보다 적은 부담률이 보장된다면 노사간의 대타협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의의 한 주체인 정부가 노동계를 자극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논의의 장애물이다. 특히 재정경제부는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을 제시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하는 기업연금의 조기도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재경부의 움직임이 결국 기업연금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을 초래해 그 순수한 의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동부와 재경부는 기업연금이 도입될 경우 이 제도가 자연스럽게 퇴직금을 대체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ㆍ자금운용의 안정성 등에 대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확정급부형(DB)이든 확정갹출형(DC)이든 기업연금제 도입이 근로자 및 사용자 양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기업연금제도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재경부와 금융권은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개발에 진력해 기업연금제도가 한국 금융산업의 성장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의 기업연금 논의 당사자들은 기업연금 도입의 궁극적인 목적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을 통해 고령화 사맙?대비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하길 기대한다. /이태흥<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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