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1년 남북교류 새章

어렵게 열린 뱃길이 중단 위기를 맞을 뻔했던 것도 한두 차례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햇볕정책 의지에 따라 금강산 관광은 이제는 완전히 정착,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남북교류의 새로운 장(章)을 연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지난 1년 동안 뱃길을 통해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은 총 289항차에 14만1,323명으로 매주 2,000여명이 북녘땅을 밟았다는 계산이다. 관광 초기에는 실향민 중심의 노년층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점차 가족단위·신혼부부·학계·종교계·기업인·공무원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외국인들도 관광에 나서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속단은 이르지만 한반도에 바야흐르 긴장완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는 반증(反證)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같은 대·내외적인 평가에도 불구, 수익성으로 따져 볼때 아직은 밑지는 장사다. 금강산 사업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측에 따르면 지난 1년간의 대차대조표는 2,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적자다. 그럴 것이 현대가 북한측에 관광사업 대가로 지불한 액수가 1억9,000만달러, 온천장·항만시설 건설 등에 1억33만달러 등 3억달러(한화 약 3,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반면 수입은 14만명의 관광객을 통해 올린 1,400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측은 앞으로 2년 이내에 관광객 50만명을 돌파하면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사업은 남북교류, 특히 경협(經協)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에서 산술적인 계산으로 접근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금강산 사업은 어느 한 기업만의 사업이 아닌, 국가적인 사업으로 내다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세기 어느날 불쑥 찾아올지도 모를 통일에 대비, 장기적인 포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침 현대그룹은 지금 북한 서해공단 후보지 조사를 위해 16명의 관계자를 평양에 파견해놓고 있다. 부지가 선정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공단착공에 들어간다. 남한 인력이 대규모로 북한에 파견돼 실질적인 경협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북한도 뭔가를 내놓을 차례다. 경협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이어야 한다. 국경이 사라지는 지구촌시대에 북한은 언제까지나 이데올로기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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