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성과를 계기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유휴 산업설비를 북한으로 반출, 남북경협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2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내 기업들이 남아도는 산업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기를 희망할 경우, 정부가 남북경협기금 등을 활용해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간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와 북한측이 합의한 2,000만평 규모의 서해안 공단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남쪽에서 공급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기업들의 현지투자를 위한 설비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설비이전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남북경협기금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주는 동시에 금융권에 채권으로 잡혀있는 기계설비를 토지 및 공장건물과 분리 처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에 생산설비를 반출할 경우, 1회 100만달러로 제한했던 승인한도 기준을 최근 폐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활용되지 않는 산업설비가 20조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더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면서 『외국에 헐값으로 팔아 경쟁업체에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대북경협사업과 연계해 잉여설비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남북경협기금의 재원이 고갈된 상황이라며 유휴설비의 대북(對北) 반출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재 1,700억원에 불과한 경협기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