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유연성이란 무엇인가요?” “노동의 유연성이란 근로자가 원할 때 취직할 수 있고, 근로자가 원할 때 사직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취업 면접장에서 오고가는 문답이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수 취업 희망자들의 입에서는 노동의 유연성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에 대한 근로자와 고용자의 인식의 차이가 이 대목에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적어도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은 노동의 유연성을 이렇게 이해하면 안 된다. 채용과 해직은 기업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한 제약은 따르지만, 적어도 원칙적인 면에서는 기업이 정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한ㆍ중ㆍ일 3국의 국민들에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하여 조사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은 기업을 “사회적 공기로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 목적”이라고 하는 반면 일본 국민들은 “기업주변의 이해관계자 집단으로서 소비자의 복지향상이 목적”이라 했다. 또 중국 국민들은 “기업의 이익과 발전이 목적이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하였다.
상당수 사람들이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경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이렇게 왜곡되어 있다.
세계 최빈국 수준이던 우리 경제가 GDP 세계 12위로 올라서고 작년과 같이 극심한 불경기 속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전적으로 수출이며, `2010년 국민소득 2만불`을 기대하는 것도 무역이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열린 세계 시장이 없었으면 우리의 경제 발전은 없다는 논거이기도 하고, 우리의 시각이 열리지 않고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도움의 말씀을 드릴 때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어떤 기업인도 노동의 유연성을 근로자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는 어렵다. 어떤 기업인도 기업의 목적이 사회적 공기로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기는 어렵다. 취업을 바라는 젊은이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품의 교류를 비롯해 모든 생산요소의 공급과 수요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이해하여야 한다.
최근 경제 5단체장이 직접 나서서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우리 사회에 이런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논리가 먹혀 들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는 긍정적이고 개척자적인 도전정신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불평만 해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무한 경쟁시대는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수많은 경쟁자들과 과감하게 부딪쳐 앞서 나가는 승부사 같은 새내기를 원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변신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 정신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셋째는 프로의 실력이다. 일반론적이고, 그저 그런 지식은 필요 없다. 적어도 맡은 일에 대해서는 내가 1인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제무대를 뛰는 프로가 말이 통하지 않고서는 첫 단추를 끼울 수가 없다.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도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특히 동북아시대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기본적인 한자실력을 갖추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인구의 1/4이 한자문화권에 속한다는 사실이며, 한중일간의 교역만으로도 세계 경제에서 15.1%를 차지한다는 사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진 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게을리할 수 없게 만든다. 이들 지역의 출장시 기본적인 어휘나 도로 표지판의 이해만 가능해도 우리는 한자를 익히느라 기울인 약간의 노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5단체가 앞장서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뜻에서다.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은 기업의 채용 면접장에서 위에서 언급한 요건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채용시장에서 출신학교나 외모만 좋은 `얼짱`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분명하고 도전정신으로 뭉친 프로`에게 고배를 들고 말 것이다. 하물며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로서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고광석 한국무역협회 회원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