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장기호황 불구... 기업.가계 빚 더 늘어

90년대 들어 유례없는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에서 기업의 디폴트(지급불능)와 소비자 파산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예상을 넘어서는 높은 경제성장률, 완전 고용에 근접할 만큼 넘쳐나는 일자리 등 경제지표나 수치가 대부분 장밋빛임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기업과 시민들이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18일 『올해 미 기업들중 5.3%가 이자지급도 불가능한 디폴트 상태에 있다』며 『이는 97년보다 2배 반 이상 늘어난 것으로 연말께는 6%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92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태이며 디폴트 액수 역시 270억달러로 98년의 110억달러에서 배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저궤도 위성 이동통신 컨소시엄인 이리듐과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공동 출자한 고급 레스토랑 체인점 플래닛 헐리우드가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소비자 파산 역시 1.38%로 95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들의 부채 상승이 미 경제의 연착륙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원은 시민들이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을 연기하거나 체납하는 대신 파산을 신청하는 추세가 높아지고 있다며 파산신청 요건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인의 부채를 무책임하게 사회의 부담으로 돌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파산 증가가 신용대부조합(S&L)과 정크 본드의 제황 마이클 밀켄의 몰락으로 미 금융·경제를 흔들었던 80년대 후반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미 코네티컷주 소재 금융회사인 브릿지워터사의 댄 번스타인 리서치 담당자는 『최근의 상황이 80년대 후반처럼 진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에 못지않은 신용위기가 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급변하는 기업환경, 치열한 경쟁, 감원으로 대변되는 90년대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에 어두운 그림자가 조금씩 돌출하기 시작한 셈이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