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성 前 대법관

“사법개혁의 목표는 `국민에게 편리한 법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적청산과 제도개혁 자리에서 머무르고, 그것을 사법개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퇴임한 대법관이 혼자만은 아니지만 서성 전 대법관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달 퇴임강연에서 대법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쓴 소리를 한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사법부가 보수화 되어 있고 개방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누가 안되면 반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조에 있는 우수한 인재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15일부터 법무법인 세종의 공동 대표변호사로 제2의 법조인 인생을 시작하는 서 성 전 대법관을 지난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 소재 세종 사무실에서 만나 변호사 생활과 최근의 사회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40년간 법관으로 공직을 지낸 후에 변호사로서의 `재야` 생활을 시작하는 낯 섬도 있을 법하건만 서 전 대법관은 오히려 새로운 창작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변호사로 시작한다는 말을 하고 나서 여러 군데서 섭외가 왔다. 하지만 결국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택했다”고 법무법인 세종에 둥지를 튼 이유를 설명했다. 세종을 국내 1위의 로펌으로 만드는 게 목표란다. 그 가능성을 위해 남은 시간을 지불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법관을 지낸 최고위 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생활을 하는 데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도 인정했다. 일부에서는 대형 로펌이 고위법관을 경쟁적으로 영입, 전관예우의 대형ㆍ구조화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서 전 대법관은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현직에 있을 때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사회봉사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사회에 보탬이 된다”며 “지금 연령적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나이로, 분수와 체면을 유지한다면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고 다른 각도에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전 대법관은 또 “판사가 품위를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모든 것을 알만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전 현직에 있을 때 전직 판사출신 변호사가 찾아와서 이야기 하는 가운데 판사시절에는 몰랐는데 변호사가 되니 이렇더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 제일 듣기 싫어 다고 한다. 그는 “그 변호사는 판사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변호사의 일, 고민, 생각을 알아야 한다. 판사나 변호사나 기본 자세는 같다. 변호사도 준 공직자와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사에 최선을 최선을 다하라고 후배에게 이야기 한다. 자기가 자신을 볼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 이는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고 했다. 재야 법조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조일원화에 대해서는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일원화는 사법시험 등을 통해 모두 변호사로 출발하게 하고 그 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주로 미국식 제도를 말한다. 그는 “현재의 직업법관제도와 미국식 법조일원화 가운데 어느것이 더 낫고 못하냐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논란과 국민투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충남 논산(42년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시 1회(63년) ▲서울 민ㆍ형사지법 부장판사 ▲광주ㆍ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 ▲대법관(1997~2003)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