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포스텍(포항공과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해양학에서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던 데이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부여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그는 미국 대서양대기해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지난 1998년 전 세계 바다를 모두 조사하는 미국의 '글로벌 오션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때 현장 업무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관련 연구에 돌입했다. 당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지켜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교수가 처음 주목한 것은 사실 바닷속 이산화탄소량 변화였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이산화탄소는 실상 바다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질산염 변화에 집중했다.
이 교수는 "처음 현장 업무를 할 때 바다에서만 50일 가까이 있다 보니 멀미는 물론 폐쇄공포증까지 생겼다"며 "하지만 남이 안 하는 연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론적·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므로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구를 하다 보면 기복이 있을 수 있는데 잘 해결이 안 될 때는 새로운 방식을 앞세워야 한다"고 과학 꿈나무들에게 조언했다.
막연하게 넓은 바다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해양학에 입문했다가 연구의 재미에 깊이 빠져 과학자가 됐다는 이 교수는 이제 해양 생물을 통한 지구 온난화 연구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북극·남극 등에서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이 해양 생물이 배출하는 황 가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 가스가 많이 배출되면 구름도 많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아이디어다. 이날 극지연구소를 찾은 것도 이 연구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이 교수는 "이르면 올해 안에 북극 해양 생물이 만드는 황 가스의 영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임할 때까지 꼭 관련 연구를 매듭지어 증명해내는 것이 마지막 과학적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