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소비, 이래도 괜찮은가

현재 정부의 최대 현안인 실업자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바로 고용창출이라는 점에서 소비심리의 부활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동향을 보면 경제회생에 동인(動因)을 주는 건전한 소비가 아닌, 과소비·거품소비가 다시 일고 있는 것같아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그 단적인 예가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급증과 씀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내국인이 해외여행으로 쓴 돈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대비, 2배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1~2월 두달동안 해외여행 경비로 나간 돈은 5억3,87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억6,490만달러 보다 103%나 증가했다. 1인당 경비 한도도 634달러에서 865달러로 헤퍼졌다. 출국자수는 올 1·4분기중 93만7,711명으로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48.7%가 늘어났다. 해외여행 자체를 과소비·거품소비의 전형(典型)으로 보는 것은 편향된 시각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직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비단 해외여행뿐만이 아니다. 국산 대형승용차를 비롯, 외제차도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공휴일 고속도로와 행락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랑물결하며, 백화점 세일기간중 고급 브랜드의 매출이나 전력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불안한 조짐이다. 경제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여기저기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마침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산층 의식 조사」결과는 최근의 소비동향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전에는 국민가운데 65.4%가 자신이 중산층 이상(상류층 4.3%·중산층 61.1%)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45.7%만이 중산층 이상(상류층 0.6%·중산층 45.1%)이라고 대답했다. 하류층은 IMF전의 34.3%에서 54.0%로 늘어났다. 중산층 3명중 1명꼴로 하류층으로 전락한 셈이다. 따라서 현재의 과소비·거품소비 동향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극히 소수 상류층의 소비행태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소비는 장려해야 한다. 소비가 일어야 생산활동이 활발해 지고 일자리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과소비·거품소비는 자제해야 한다. 지금도 2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벗어 나려면 허리를 더 졸라매야 한다. 지난해의 금모으기 정신으로 자세를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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