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등 자동차사 값 인하 움직임 본격화/곡물메이저 카길사 등 수익성 우선 고려/완제품 수출서 원자재 공급으로 급선회미국의 수출업자들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2년전 달러당 79엔의 초엔고를 만끽하던 때가 엇그제같은데 달러당 1백25엔대의 달러고 시대를 맞아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전략 마련에 고심하고있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가파른 상승행진을 지속하면서 미 수출업자들이 느끼는 「고통 체감지수」도 급등하고 있다. 일본의 시중백화점에서 최대 인기품목중 하나였던 캘리포니아산 체리. 지난 95년 엔고시절만해도 일본인이 소비하는 캘리포니아산 체리는 미국내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이후 일본인 고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올들어 달러화가 급등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과일 생산량의 20∼25%만을 일본에 내다 팔고 있어 울상이다.
자동차산업은 더욱 심각하다. 엔고때 미빅3는 가격을 웬만큼 올려도 시장 확보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엔화가 워낙 올라 출고가격을 올려도 가격경쟁력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불황에다 달러화 상승으로 수입자동차 가격까지 오르자 외국산 자동차 매장을 찾는 일본인들은 뜸해졌다.
일본에 진출한 미 자동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내에서 수익을 남기는 것은 당분간 포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이커들은 대신 그간 쌓아온 시장점유율만이라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최근 시판중인 중형승용차 「새턴」의 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크라이슬러와 포드 역시 가격 현상유지 계획을 내놓았다. 가격인하 움직임도 나타나고있다있다.
타격을 받기는 미국이 최대 경쟁력을 자랑하는 하이테크 업종도 마찬가지. 가격 인상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미 대형컴퓨터회사인 게이트웨이2000사는 종원원 교육을 강화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대신 여유인력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고달러 시대 적응 전략이 특히 눈에 띄는 미기업은 최대 곡물메이저인 카길사. 엔고시절 이 회사는 일본에 수출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을 가공상태나 완제품으로 수출했다. 미국내 제조비용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일본내 유통업자를 통해 완제품을 판매하는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원재료만을 일본에 수출하고, 가공은 일본인에게 맡겨둔다. 수익면에서는 이 방법이 월등히 낫다는 것. 최근엔 미 제조업체의 상당수가 카길과 같은 원자재 수출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 수출업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고달러 시대가 장기화할 경우. 포드 일본지사 관계자는 『지금은 이를 악물고 뛰지만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달러강세의 지속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미 기업들이 이를 방치할 리는 없다. 미일 통화당국이 달러 및 엔 환율의 적정수준을 놓고 실랑이를 벌일 날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김영기>